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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간 유병재 "큰 회사라 있어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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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간 유병재 "큰 회사라 있어 보이지 않나요?"

입력
2015.06.1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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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유머 방송작가 의외의 계약

"자유로운 창작 환경 확신 들었다"

비주류 코드 잃지 않을까 우려에

"주위 목소리 항상 새겨 듣겠다"

'예능 대세'가 된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 김주영기자 will@hk.co.kr
'예능 대세'가 된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 김주영기자 will@hk.co.kr

“큰 회사라 있어 보이기도 하고 자랑하기 딱 좋지 않냐.”

‘찌질함’으로 ‘예능대세’가 된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27)는 17일 그룹 빅뱅 등이 속한 YG엔터테인먼트와 최근 계약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성격 나쁜 연예인의 매니저 역을 맡아 ‘을의 설움’을 실감 나게 연기(tvN‘SNL코리아-극한직업’)해 주목 받은 이 다운 솔직한 ‘B급 유머’다.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의 YG행은 예상 밖이었다. 지난 3, 4월 MBC ‘무한도전’의 새 멤버 유력 후보로 여러 차례 방송에 나오며 인기를 누릴 때도 “연예기획사는 안 들어갈 생각”이라며 ‘1인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유병재는 결심을 바꾼 이유라며 “YG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개그맨이 되고 싶었지만 방송사 공채 개그맨의 길을 포기한 건 운 좋게 들어간다고 해도 방송사의 틀에 얽매여 하고 싶지 않은 개그를 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연예기획사에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으나 YG쪽 사람(본부장)과 만나보니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맞고 자유로운 창작 환경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유병재는 최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내 식당 이용 후기를 박근혜 대통령의 ‘독해 불가 화법’으로 패러디한 것에 대해 왜 그랬냐고 묻자 “노코멘트”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8월 한국일보닷컴 인터뷰 때 모습. 김주영기자 will@hk.co.kr
유병재는 최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내 식당 이용 후기를 박근혜 대통령의 ‘독해 불가 화법’으로 패러디한 것에 대해 왜 그랬냐고 묻자 “노코멘트”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8월 한국일보닷컴 인터뷰 때 모습. 김주영기자 will@hk.co.kr

유병재의 YG행을 가장 반겼던 이는 “부모님”이다. 그를 챙겨 줄 든든한 울타리가 생겨서다. 충남 홍성군에서 나고 자라 대학(서강대 신문방송학) 입학을 위해 서울로 홀로 올라온 유병재는 서울 마포 인근 3평 남짓 셋집 등에서 5년 넘게 살았다. 유병재를 방송가로 이끈 안상휘 tvN ‘SNL코리아’총괄 PD에 따르면 유병재는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하고 등록금을 모으면 다시 배우는 식으로 학업을 계속했다.

안 PD는 “언젠가는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와 ‘왜 반팔 입고 왔냐’고 물어보니 ‘같이 사는 형이 다른 걸 입고 나가서요’라고 얘기하더라. 그만큼 어렵게 살았다”고 귀띔했다. YG와 계약금이니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현석 대표가 그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주겠다고 했다니 ‘88만원 세대’비정규직 방송작가 신세는 이제 면할 것도 같다.

연예계에서는 빅뱅 2NE1 등 개성 넘치는 그룹을 키운 양 대표가 유병재와 만나 어떤 콘텐츠를 내놓을지 관심이 적지 않다. YG의 방송인 영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유병재는 이와 관련 “2012년 ‘SNL코리아’로 시작해 최근 드라마 ‘초인시대’까지 쉬지 않고 쏟아낸 것 같아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직접 방송에 나서기보다 작가 활동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병재의 YG행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주류 문화가 아닌 ‘병맛’(어이없고 황당한다는 뜻)등 비주류 문화 코드를 프로그램에 녹여 인기 끈 작가가 주류에 발을 담그면 ‘색’을 잃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다. “아프니까 청춘? 아프면 환자지”(‘SNL코리아-인턴전쟁’) 등 ‘삼포세대’로 불리는 ‘아픈’청춘들의 비명을 대변해 인기를 얻은 이가 대형기획사에 들어가 빛 바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병재는 “주류로 간 내가 ‘거지가 될 거야’라고 하는 건 되레 거짓”이라며 “내 발언과 행동에 대한 진실성을 놓치지 않도록, 또 변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에 대한 주위의 목소리를 항상 새겨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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