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는 감염 전 건강했던 환자…'불안정'한 18명이 관건
전문가들 "메르스 유행기 치명률 집계는 부정확…환자 상태는 있는 그대로 알려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치명률이 17일 기준으로 11.7%까지 높아졌다.
향후 메르스 환자 발생추이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메르스 발생초기 치명률이 10% 이하를 밑돌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17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위원회가 내놓은 메르스 현황 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으로 메르스 사망자는 전날과 같은 19명이었다. 이날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 162명을 모수로 놓고 보면 치명률은 11.7%가 된다.
이런 치명률은 지난 1일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1천154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431명이 사망한 37%의 사망률보다는 크게 낮은 것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이나 대한감염학회 등이 국내 메르스 환자의 치명률을 10% 이하로 봤던 전망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 4일 분석자료에서 "메르스 환자의 대부분이 감기 몸살 정도로 앓고 자연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국내 환자의 치명률은 외국의 자료와 달리 10%가량으로 낮을 것"이라며 "이는 메르스가 아닌 일반 지역사회 폐렴의 사망률과 비교할 때 크게 높은 수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 메르스 사망자가 주로 고위험군에서 발생하고 있는 점은 외국의 사례과 다르지 않다.
중동에서는 사망자의 대부분이 고령, 당뇨병, 만성신부전증, 만성폐질환, 면역억제 환자 등으로 기저 질환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현재까지 사망한 메르스 환자 19명 가운데 17명은 만성호흡기질환, 암, 심뇌혈관질환, 알코올성 간경화,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자나 고령 등의 고위험군이었다. 반면 나머지 2명은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율로 보면 사망자의 89.4%가 고위험군이며, 나머지 10.6%가 건강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뚜렷한 기저질환이 없는 메르스 환자일지라도 65세 이상의 고령이라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큼 아직은 메르스의 치명률이 높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국내 메르스 환자의 치명률도 중동과 마찬가지로 기저질환자이나 고령 등의 고위험군에서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17일을 기준으로 상태가 불안정한 18명이 향후 치명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메르스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명률을 집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환자나 사망자 개개인에 대한 기저질환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세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역당국의 입장과 일치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폐렴구군에 의한 폐렴 사망률이 5~7%인 점을 고려할 때 10% 안팎으로 치명률이 높아지더라도 크게 우려할 만은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세계중환자의학회 조직위원장)는 "일반적인 지역사회 폐렴의 경우도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통해 들어온 환자들만 놓고 보면 사망률이 33%까지 높아진다"면서 "아직 메르스 환자의 모수가 명확하지 않고, 기저질환에 대한 역학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률을 분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방역당국이 지나치게 치명률 등의 데이터를 낙관적으로 발표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확한 치명률은 메르스 유행이 끝나고 모든 환자가 퇴원한 다음에나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분석할 필요도 없다"면서 "현재 치료 중인 환자의 위험을 사실대로 알리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위기소통의 원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