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여의도硏 원장 내정으로
김무성, 유승민에 사실상 선전포고
박 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 땐
재의결ㆍ부결 따라 파경 이를 수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동거가 아슬아슬하다. 국회법 수정 논란 와중에 불거진 당청 갈등에서 미묘한 행보 차이를 보인 두 사람이 여의도연구원장 및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을 두고 또다시 틈새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개정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라도 한다면 새누리당 투톱의 불안한 정치적 동거는 파경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에 보수 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가 내정되면서 투톱의 신경전은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가 내세운 김 교수는 경제정책에 관한 한 유 원내대표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고, 그를 당의 싱크탱크인 여원 수장에 앉혔다는 것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평가가 많다. 여권 관계자는 16일 “여연이 내년 총선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력투쟁이 본격화 하는 양상”이라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더는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으로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정치적 거리가 가까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 김 교수 내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내홍은 표면화했다. 경실모를 이끌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순환출자 및 금산분리 등에 대한 김 교수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국민 다수의 판단과는 큰 괴리를 보이는 인식”이라며 “충분히 당내 모든 구성원들의 공감과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선이 이뤄져야 할 것인데 왜 이렇게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급히 진행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김 교수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15일 경실모는 ‘경제민주화 부정하는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개혁성향의 경실모는 전ㆍ현직 의원 50여명으로 구성된 당내 최대 모임으로,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투톱의 신경전은 향후 당직 개편 과정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특히 이날 이군현 사무총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사무총장, 제1사무부총장 등의 주요 당직 개편 과정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강하게 충돌할 수 있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관리할 핵심 보직이라서 김 대표가 양보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개정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투톱의 불안한 동거는 파탄날 수 있다. 김 대표는 당청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청와대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고, 유 원내대표 또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재의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가 개정 국회법의 위헌성을 지적했을 때도 김 대표는 “대통령과 당의 뜻이 다를 수 없다”며 당청 갈등 진화에 나섰지만 유 원내대표는 일전불사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원박(원조친박)’이라는 같은 호적을 가진 투톱의 정치적 운명이 결국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두고 갈림길에 선 형국이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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