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관 인력 절대 부족
시민 정보 공유 꺼려 고충 밝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보건 당국이 메르스 환자에 대한 역학 조사에 나섰지만 감염 차단은커녕 단순 접촉자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관 인력의 절대 부족, 메르스의 높은 전파력, 접촉자 정보 공유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건 당국의 한 역학조사관은 1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메르스 환자 1명이 발생하면 접촉자 400~500명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어제 발병한 환자의 역학조사 결과를 오늘 가져오라는 말은 어제의 검찰 압수수색 결과를 오늘 가져오라는 말과 같다”고 토로했다. 이 조사관은 또 “완치된 환자라도 추가 동선이 드러나거나, 잠복기가 끝나지 않은 접촉자가 새로 나타나면 역학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며 “수치화 하기 어렵지만 현재 끝난 역학조사는 확진자의 30~40% 정도”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은 환자의 기억을 토대로 동선을 조사하고 접촉자를 추적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과거 들렀던 장소나 접촉한 사람을 뒤늦게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 접촉자 파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 역학조사관은 “서울성모병원처럼 환자를 응급실에서 음압병실로 바로 옮긴 경우 (접촉자가 적어) 역학조사가 빨리 끝나지만, 삼성서울병원처럼 수십명의 환자가 수백명을 접촉하고, 이들이 다시 불특정 다수와 만난 경우는 역학조사가 쉽지 않다”며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35)의 경우 아직도 동선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보건 당국에 접촉자의 신상 정보를 알리지 않는 점도 부실한 역학조사의 원인이 된다. 응급실 방문객들은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 환자와 환자 주변인의 진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명단 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역학조사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보건소 직원들을 모두 동원해 접촉자 파악에 나섰지만 50% 정도는 정보 주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들의 감염 방지를 위해서라도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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