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동네 경기 부천시가 올 들어 ‘회춘’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 아파트 4,000여가구가 공급되는 등 모처럼 분양 잔치가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무려 15년 만에 최다 물량이다.
1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부천시 신규 물량은 5개 단지, 4037가구에 이른다. 최근 3년간 시장에 나온 분양 총합(4,376가구)과 맞먹는다. 이로써 수년간 붙어 다녔던 ‘공급 가뭄 지역’이란 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노후화 지역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지만 한때는 1기 신도시로 잘 나갔던 곳이 바로 부천이다. 부천은 1990년대 정부가 주택난 해소를 위해 서울과 가까운 곳에 대규모 주거지를 개발했을 때 선택 받은 지역이다.
부동산 상승기를 이끌기도 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부천시 아파트는 주택시장이 활황기이던 2006년 전년보다 26%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역시 평균 두 자릿수(13.8%)로 올랐지만 부천에 비하면 상승폭이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부천은 주택의 빠른 노후화와 공급부족, 부동산 시장의 불황 등 내ㆍ외부 악재가 겹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전국 집값 상승 평균보다 덜 오르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했다. 가장 최근만 하더라도 5월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일년 전보다 3.36% 오르는 동안 부천은 1.86%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런 부천에 드디어 분양 ‘볕’이 들었다. 전통적인 주거 선호지역 ‘중동신도시’와 신흥주거지 ‘옥길 공공주택지구’ 두 곳에서 분양 대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중동신도시 인근에 들어설 단지들은 모두 이 지역에서 부족한 중소형 크기로만 이뤄진 게 특징이다. 부천은 신도시 조성 당시 중대형 평면 위주로 아파트가 지어져 지금의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소형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그런 면에서 현대산업개발 계열 아이앤콘스가 짓는 184가구 규모의 ‘부천3차 아이파크’(전용면적 85㎡ 미만으로만 구성), GS건설의 405가구 규모 주상복합 ‘상동스카이뷰자이’(전용 84㎡로만 구성)는 실수요자 세입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옥길지구에서는 이번 달 부천 분양 물량의 79%가 나온다. 호반건설(부천 옥길 호반베르디움 1,420가구), GS건설(부천 옥길자이 710가구), LH(1,318가구) 등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듯 총 3,448가구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곳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만드는 공공주택지구라 생활 인프라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 지하철 1호선 역곡역까지 차로 15분 거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약점 탓에 분양 홍보 문구를 보면 ‘향후 서남부 거점 지역’ ‘역곡역 편의시설 이용 가능’ ‘대형 마트 입점 예정’ 등 당장의 편리성보다는 미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게 많다.
하지만 녹지대가 많고 분양가가 평균 1,000만원대로 저렴해 서울 지역 전셋값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팀장은 “부천시는 구로구와 인접해 사실상 서울 생활권인데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들어서면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더 좋아진 반면 아파트 값은 서울의 전셋값 수준이어서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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