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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돌려도… 그 밥에 그 나물 쿡방

입력
2015.06.1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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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심야 시간대 방송을 보고 있자니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JTBC의 요리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끝나자마자 MBC는 다큐멘터리프로그램 ‘다큐스페셜’을 통해 ‘별에서 온 셰프’를, SBS는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에서 셰프 특집을 방송했다. 두 방송에는 유명 요리사 최현석과 이연복이 나란히 등장했다. 유명 방송인이나 배우들이 겪을 만한 ‘겹치기 출연’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날 시청률 4.7%(닐슨코리아)를 보였을 정도로 인기가 계속 상승 중이다. 셰프들이 15분 안에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연예인의 개인 냉장고를 열어보고 사생활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점도 흥미롭다. ‘차줌마’(배우 차승원 별명) 열풍이 일었던 tvN ‘삼시세끼’ 어촌편의 여파가 ‘쿡방’으로 이어지더니 ‘냉장고를 부탁해’로 정점을 찍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무리 요리가 방송가의 대세가 됐다고 해도 지나치게 ‘쿡방’ 일색이다. 끝을 모를 쏠림 현상에 시청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만하다. KBS2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에도 최현석 정창욱 셰프가 등장해 농사부터 요리까지 개인기를 펼친다. KBS2 ‘대단한 레시피’도 상품 출시를 위한 요리쇼를 주 내용으로 한다. 강레오 셰프가 출연한다.

이뿐 아니다. 케이블채널 KBS조이 ‘한끼의 품격’에도 레이먼 킴과 홍석천이 등장해 요리를 심사한다. 다음달 방송 예정인 E채널의 ‘더 맛있는 원샷’ 역시 박준우 등 유명 셰프가 푸드트럭에서 요리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는다. CJ E&M은 ‘한식대첩3’(올리브TV)와 ‘집밥 백선생’(tvN)을 동시에 방영 중이다. 리모컨만 돌리면 온통 ‘쿡방’이니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백종원 최현석 이연복 등 똑같은 셰프들이 등장해 어느 방송사의 어떤 프로그램인지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인터넷 방송 포맷의 유행도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로 옮겨 호평을 받고 있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이텔)도 최근 여러 형식으로 반복 생산되고 있다. KBS2 ‘어 스타일 포유’는 지난 1일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를 통해 바자회를 홍보했다. 방송 콘셉트가 ‘마이텔’과 비슷해 논란이 됐다. ‘라이브 쇼팅’이라는 형식으로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SBSfunE의 ‘모델하우스-룸 오브 텐’도 ‘마이텔’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방송사들이 유행에 민감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너무나 비슷한 방송 내보기 현상은 심해도 너무 심하다. 특히 지상파방송이 ‘삼시세끼’의 농사 장면이나 ‘냉장고를 부탁해’의 요리 형식을 대거 차용하는 것은 논란을 넘어 염치 없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물론 지상파는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이예지(이상 KBS), 김영희 이병혁 김남호(이상 MBC) 등 중간급 예능 PD들이 대거 회사를 옮겨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신예 PD들이 현장을 지휘하게 돼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이 작아졌으니 남의 인기프로그램이라도 넘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얻지 않은 달콤함은 순간이다. 따라 하기에만 치중하다가는 물리고 물린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 모두 자멸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멀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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