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금융 협상 결렬 치프라스, 채권단 비난하며 벼랑 끝 전술
채권단은 압력 수위 높이며 최악 경우 디폴트 대비 시작
그리스 사태가 점점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약탈(pillaging)’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채권단을 맹비난했고, 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는 한편 최악의 경우인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15일 성명을 내고 “국제 채권단이 지난 5년간 그리스를 약탈했다”라며 “그리스가 디폴트를 막기 위해 새로운 자구책을 마련할 지 여부는 채권단에게 달려있다”고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이 같은 치프라스 총리의 격앙된 반응은 지난 14일 그리스-채권단 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어 “채권국들이 지난 5년 동안의 약탈 후에도 연금 삭감, 노동 개혁 등을 요구하는 것은 그 이면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리스 국민의 존엄성을 지킬 것이며 이는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이런 초강경 발언은 채권단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4일 그리스-채권단간 협상도 그리스가 연금삭감 등 채권단의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45분만에 결렬됐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과 유럽연합(EU) 등 채권단은 그리스의 강경한 태도에 변화를 주문하는 한편, 실질적인 압력 수단을 마련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축인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그리스 구제 금융과 관련, 다음 단계로 진전하기 위한 공은 분명히 그리스 정부로 넘어갔다”며 거꾸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ECB 내부에서는 “그리스 은행 시스템을 유지해 주는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 클로드 융커 EU유럽이사회 의장도 “더 이상 절충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귄터 외팅어 EU집행위원은 “그리스가 에너지, 경찰력, 의약품비 등을 지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응급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디폴트 이후 상황에 대해 경고했다.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그리스는 물론, 주변국들의 국채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현재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3%포인트 상승해 2.34%를 기록했고 이탈리아 10년 국채 수익률은 2.32%, 포르투갈은 3.21%로 각각 상승했다. 이날 하루 거래량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사태에 빠질 경우 그 여파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변국 국채까지 매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빈센트 쥬빈스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 주변국 국채는 폭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의 경우 최근 그리스 주변국 국채 보유량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그리스 증시도 4.68%포인트 폭락했고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각각 1.89%포인트, 1.75%포인트 급락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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