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은 포수 출신이다. 2004년 다저스에 입단해 2009년 투수로 전향했다. 스위치 타자였던 그는 마스크를 쓰고 빅리그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투수로 새 명함을 파면서 마침내 빛을 봤다. 국내에는 2011년 옷을 벗은 황두성, KIA 임준혁이 프로 입단 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대표적인 선수다. kt 최대성도 부산고 시절 주포지션이 포수였다. 그리고 올 시즌 또 한 명의 걸출한 포수 출신 강속구 투수가 탄생했다. 고작 5개월의 짧은 수련 과정을 거치고도 팀의 필승 계투조 자리를 꿰찬 김재윤(25ㆍkt)이 주인공이다.
떠오르는 닥터K 김재윤은 16일 현재 12경기에 출장해 1패 3홀드 2.2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16이닝 동안 솎아낸 삼진은 22개로, 경기당(9이닝 기준) 탈삼진(12.38개)은 리그 최고 불펜 정우람(SKㆍ14.04개) 임창민(NCㆍ12.84개)과 큰 차이가 없다. 조범현 kt 감독도 "솔직히 이렇게 잘 할 줄은 나도 몰랐다. 김재윤이 지금처럼만 성장한다면 팀 마무리 자리도 충분히 맡을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음은 김재윤과의 일문일답.
-1군에 올라온 뒤 활약이 좋다.
"최대한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 가장 싫어하는 게 볼넷이다. 타자와 빠르게 승부하려고 하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은 것 같다."
-투구폼이 오승환(한신)과 비슷하면서도 유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구한테 배웠나.
"정명원, 윤형배 코치님이 잡아 주셨다. 처음 2군에서 투구를 하기 시작했으니 2군 코치님들께 많은 걸 배웠다. 유일하게 던지는 변화구인 슬라이더도 코치님들이 돌아가면서 가르쳐 주셨다. 네트에 대고 무작정 던졌고, 공이 손에 잡히는 대로 연습했다. 그래도 꺾이는 각도 같은 점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슬라이더다."
-투수 전향을 최초에 제의한 건 누구인가.
"조범현 감독님이 가장 먼저 던져보라고 하셨다. 장재중 배터리 코치도 투수로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부터 포수와 투수를 병행했다. 그 때 감독님이 '한 달 정도 해보고 최종 결정을 하라'고 하셨는데, 부모님과 상의 끝에 포수 마스크를 포기했다. 투수로 완벽히 변신한 건 비활동 기간이 끝나고 올해 1월 중순부터다."
-포수를 했을 때 공 스피드를 측정한 적이 있나.
"없다. 다만 고등학교 때부터 다들 '투수 한 번 해봐라' ' 왜 안 하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코치님이 '너는 투수로 던지면 145㎞는 나오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휘문중ㆍ고 때 팀에 포수가 없어서 무조건 포수로 뛸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는 2학년 때부터 경기에 나갔고, 고등학교 때는 1학년 말부터 마스크를 썼다."
-포수할 때 타격은 어땠나
"고등학교 때 나름 4번타순을 쳤는데 컨택트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고. (웃음) 타격은 솔직히 재능이 없었다."
-포수를 봤던 게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유리한가.
"확실히 있다. (포수) 장성우(kt)와 내 생각이 비슷할 때가 많다. '이 상황에서는 더 빼도 되겠다. 하나 더 떨어뜨려도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마운드에서는 장성우의 리드를 따라가고 있다. 나보다 좋은 포수가 장성우이니깐. 나름 포수했던 기억을 살려 볼카운트, 주자 상황, 스코어, 후속 타자 등 '상황'을 읽으려 하고 있다."
-1군 데뷔전 기억이 생생하겠다.(5월17일 수원 롯데전 1이닝 3탈삼진 무실점)
"주위에서 포수 출신이라고 하니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고 관중도 많아 긴장됐다. 애써 숨기려고 했는데 잘 됐나 모르겠다. 무조건 스트라이크만 집어넣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운이 좋았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걸로 알고 있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나.(김재윤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후 15만 달러에 애리조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지난해 특별지명을 통해 kt에 입단했다)
"아버지가 좋은 몸을 물려주셨다. 사실 아버지도 운동 선수 출신이시고,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셨는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꿈을 포기하셨다. 요즘은 아버지와 통화하면 기분 좋다고 술 한 잔 하시고는 많이 우신다. 그 동안 나 때문에 고생하셨으니 더 잘하고 싶다."
사진=kt 김재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