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넥센 유한준(34)은 올 시즌 정말 잘 친다. 시즌 중반에 들어섰지만 그의 타율은 4할을 육박한다. 15일까지 타율 0.385로 타격 1위를 질주하며 2위에 올라있는 이용규(KIA·0.355)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홈런은 16개로 7위, 타점은 55개로 4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타율 0.316, 20홈런 91타점으로 각종 부문에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지만, 만족은 없다. 올 시즌의 질주는 더 뜨겁다.
그가 요즘 '타격 비결'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 이유다. 유한준은 "정말 많은 분들이 비결에 대해 물으신다. 하지만 정말 잘 모르겠다"며 머쓱해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게 있었다. 그는 "마음가짐의 차이다"고 했다.
타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상대 투수와 승부를 치른다. 그 때마다 '결과'에만 집착하면 다음 승부에도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가 없다. 유한준은 "예전에는 조금 안 맞으면 '폼이 문제가 있나. 뭐가 잘못 됐나' 생각하면서 깊게 들어갔다"며 "첫 타석에서 실투가 들어왔는데 안타를 못 치면 수비에 나가서도 '왜 못 쳤지, 쳤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기복도 없이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는 지금은 아쉬움에 발목 잡힌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지금은 그냥 '왜 못 쳤지'하는 생각이 들어도 거기서 끝내고 내일 경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한다"며 "투수가 잘 던져 삼진을 당하면 '아, 투수가 잘 던졌네'하고 인정하면 된다. 달라진 건 그런 마음가짐밖에 없다. 겨울 동안 준비한 건 작년이나 재작년이랑 똑같다"고 설명했다.
가장 쉬워 보이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유한준은 "어느 순간부터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부정해봤자 나만 피곤해지더라"고 말했다. 지나간 순간을 잊고, 다음 기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예를 들어 만루에서 병살을 쳤다면 이미 그건 일어난 일이다. 그런데 난 혼자 그걸 부정하고 있었다. '아, 나 정말 뭐하냐'하는 생각에 계속 피곤해지고 신경은 쓰이고. 그런데 사실 이미 병살을 친 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일어난 일이니까 받아들이고 팀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다음 타석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덧붙였다.
마음의 눈을 뜨자 야구가 업그레이드 됐다. 그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30대 중반이 돼서야 진짜 전성기도 열었다. 그는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사람이다 보니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그런 생각을 많이 줄이려고 한다. 타석에서 못 친 게 불쑥불쑥 생각나서 '아, 그걸 왜 못 쳤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마도 야구선수의 숙명인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사진=넥센 유한준.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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