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김수영 시인의 기일이었다. 1968년 6월 16일, 시인은 만취한 상태에서 버스에 치어 서대문 적십자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했다. 사망하기 직전, 그는 당시 갓 데뷔한, 그러나 나이는 동갑인 한 소설가에게 시비를 걸었었다. 소설가에게 ‘딜레탕트’라며 욕을 퍼부었다고 하는데, 시인의 그러한 취중 폭언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상처받은 동료문인이 그 당시 수두룩했다. 짐짓 모욕이 될 수도 있는 그 말에 소설가는 껄껄 웃으며 자신의 외제 승용차로 모시겠다고 했다니 그게 시인에 대한 존경의 염인지, 태생적 관대함의 발로인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아무튼 혁명과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일상에선 갓 태동하려는 어설픈 근대자본주의국가의 치졸함과 훈육된 식민성에 대한 분노를 자기 파괴로 표출했던 시인이 그렇게 갔다. 이른바 ‘시의 신화’가 된 그이지만, 그를 생각할 때마다 만약 내가 그와 같은 시대, 같은 또래로서 시를 쓰는 사람이었다면 서로를 어떻게 대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가 나를 욕하고 내가 그를 보듬거나, 혹은 그 반대였을 수도 있을 상황. 그는 나의 친구였을까 적이었을까. 나는 그에 비해 시적으로나 악담 수위로나 여전히 하수일 수밖에 없는, 그저 언저리에서 기생하는 ‘문학모리배’에 불과했을까. 해마다 그가 떠오르는 6월 16일, 하루 늦게 그에 대해 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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