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당 반대로 도입 미뤄져
정부 "8월까지 법안 제출해 통과 시도
안 되면 시행령으로 과세" 의지에도
총선·대선 앞둬 국회 통과 회의적
'법 위의 시행령' 논란 족쇄 전망
부정적 견해 보인 황교안 변수도
정부가 과연 약속대로 내년 1월1일부터 종교인 소득에 세금을 매길 수 있을까. 당국자들은 법 개정이 안 되면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과세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에도 어려울 거다” “현 정부에서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어두운 전망이 흘러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근거 규정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이 당초 올해 1월1일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작년 말 1년 유예 조치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시행령을 통해서라도 과세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사안이 최근 거센 ‘법 위 시행령’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13년 9월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으로 규정해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종교인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당초 법안과 함께 패키지로 추진했던 시행령만 만들어졌다. 특히 법 개정안은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아닌, 실효세율 4%에 불과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은 물론 원천징수 대신 소득 자진신고에 의존하는 아주 낮은 수준의 내용인 반면, 시행령의 경우 원천징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어 법안보다도 과세 강도가 더 강하다. 법 위에 군림하는 시행령이 적지 않다는 ‘법 위의 시행령’ 논란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없이 시행령을 강행하기엔 부담이 훨씬 더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또다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물론 시행령으로도 과세를 할 수 있지만 법을 통해 과세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종교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8월까지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 통과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가능하면 국회와 나눠 지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내년 4월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둔 국회가 종교인들의 표심을 갉아먹어가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종교인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도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해보기는 하겠지만 정부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시행령 시행 역시 물 건너갈 공산이 커 보인다. 법도 무산된 와중에 법보다 강한 시행령을 밀어 붙이는 것에 대해 종교인들의 반발이 상당할 수 있는 탓이다. 김유찬 홍익대 세무대학원 교수는 “모든 소득은 과세 대상이며, 소득세법에 ‘종교인은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다’는 규정도 따로 없어서 시행령으로만 과세해도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안도 통과가 안 됐는데 시행령만 가지고 과세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면 정부가 과세에 나서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라도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강한 종교 성향도 정부가 종교인 과세에 드라이브를 걸기에 우호적 조건이 아니다. 황 후보자는 2012년 저서에서 목사가 교회에서 받는 월급에 소득세를 물리는 것에 대해 “일반 급여와 그 성격이 현저히 다르고, 그 원천인 헌금에 이미 성도들이 납부한 세금이 포함돼 있다”고 쓰는 등 종교인 과세에 상당히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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