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억' 소리 나는 타선에 4,000만원 짜리 내야수가 덜컥 끼어 들었다. 프로 5년 차를 맞아 빛을 보고 있는 유격수 강경학(23ㆍ한화)이 독수리 부대 2번 타자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선수단 평균 연봉이 1억3,981만원으로 삼성(1억5,876만원)에 이어 2위다. 최근 6년 동안 탈꼴찌에 성공한 적은 단 한 차례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결과다. 한화는 4년째 전체 연봉 1위에 등극한 김태균(15억원)을 포함해 4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만 7명이다. 억대 연봉자는 17명으로 삼성(16명)보다 오히려 많다. 올 시즌 한화가 호성적을 유지하는 건 구단의 아낌없는 투자에 김성근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강경학의 선전도 한 몫 한다. 나란히 7억원의 연봉을 받고 FA(프리에이전트) 몸값으로는 '137억 듀오'인 1번 이용규(4년 67억원)와 3번 정근우(4년 70억원)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6번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강경학의 올해 연봉은 4,000만원이다. 이용규, 정근우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탁월한 작전 수행 능력, 간간이 터트리는 장타로 팀 상승세에 일조하고 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가 타석에서도 '한 건'씩 하니 선배들이 마냥 예뻐할 수밖에 없다.
강경학은 시즌 초만 해도 2루수에 9번 타자로 주로 나섰다. 정근우가 캠프에서 턱 부상을 당하며 유격수 자리에는 권용관이 나섰고, 2루수가 강경학의 임무였다. 그러다가 정근우가 돌아오며 수비 위치를 유격수로 옮겼다. 타순은 여전히 9번으로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힌 역할을 부여 받았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3번 자리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던 김경언이 종아리 부상을 당하며 엔트리에서 빠졌다. 가장 늦게 타석에 들어서던 강경학이 테이블세터가 된 것도 바로 이 때다. 김성근 감독은 2번 정근우를 3번으로 옮기고 9번 강경학을 위로 끌어 올렸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강경학은 김경언이 엔트리에서 빠진 5월27일부터 지난 15일까지 팀이 치른 17경기 중 10경기에 2번 타자로 출장해 타율 3할1푼6리(57타수 18안타) 2홈런 6타점 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2~14일 대전 LG전에서는 3경기 연속 멀티히트에 성공하며 팀의 위닝 시리즈에 일조했다. 이 같은 활약에 그는 지난 6일 대전 kt전부터 8경기 연속 2번 타자로 출전하는 중이다. LG 오지환, 넥센 김하성과 더불어 유격수를 보면서도 상위 타선에 위치한 KBO리그 3명의 야수 중 한 명이다.
강경학은 16일 "이제 좀 타격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에는 무조건 컨택트 위주의 배팅을 했다. 때리지 못하고 맞히려고만 했다"며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해주신 조언을 믿고 주문대로 하니 이제는 좀 때리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9번보다는 2번이 확실히 어렵고 해야 할 것이 많다. 이용규 선배가 나가면 정근우 선배께 흐름을 이어줘야 하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선배들이 주눅들지 말고 '자신 있게 네 플레이를 하라'고 말씀 하신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대기 타석에 있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유격수란 자리는 실수 하나로 경기 흐름이 넘어간다. 무조건 실책 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며 "2번 타순은 임시로 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 죽기살기로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진=한화 강경학(오른쪽).
대전=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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