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 방역 당국이 격리 대상으로 지정하는 인원이 1만명을 넘을 공산이 커졌다. 당국이 이미 격리자로 분류한 5,200여명과 별도로, 서울삼성병원이 개별 파악한 접촉 관리자가 4,00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일부 중복되는 수치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대상자도 속속 늘고 있어 이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제 하루 확진 환자 5명 중 3명이 4차 감염자로 확인됐고, 과거 환자 경유지였던 건국대병원에서도 처음 감염 사례가 나타났다. 만일 4차 감염자 중 ‘슈퍼 전파자’가 나올 경우 이번 사태는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면서 정상적 경제활동을 조속히 복원시켜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는 메르스 사태를 둘러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방역 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서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조치에 소홀히 하고도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것이 문제였다.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셈이다. 감염역학과 관련,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질병관리본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삼성서울병원에 떠넘긴 것이 사태를 키운 셈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태 초기 “감염이 발생한 병원이나 병동 자체를 격리하겠다”면서도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배출한 삼성서울병원을 예외로 인정했다. 방역 당국은 메르스 1호 환자를 확진한 서울삼성병원을 신뢰, 영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 한도에서 자체 방역에 임해주길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울삼성병원은 기본에도 못 미치는 대응으로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이 병원에 입원한 14번 환자가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병원 로비와 화장실을 드나들며 70명이 넘는 감염자를 만들어냈지만, 병원 측으로부터 사전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응급실 환자를 이송하던 중 감염된 137번 환자는 용역회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뒤늦게 방역 당국이 나서 삼성서울병원의 부분 폐쇄를 지시했으나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병원 관리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왔다. 차제에 삼성서울병원을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지정, 메르스 치료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국가지정 메르스 치료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보다 많은 확진자를 격리하고 있다. 새로운 결단이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