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 가리라던 보건당국의 전망과는 달리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것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곳곳에 널려있는 데도 원인이 있다. 특히 대형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사각에 방치돼있다가 메르스 확산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응급실 이송요원, 요양보호사, 청원경찰 등 비정규직이나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뒤늦게 격리대상자에 포함돼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37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이 계약한 용역회사 소속의 환자 이송요원이었다. 그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9일 동안 아무런 통제 없이 병원을 돌아다니며 수백 명과 접촉했다. 처음부터 병원 측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기에 벌어진 일이다.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본인이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과는 별개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병원 측의 무관심과 관리소홀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부산에서 메르스 환자로 최종 확진된 143번 환자도 보건당국의 격리대상에 빠져있었다. 컴퓨터업체 외주업체 직원으로 대전 대청병원에서 파견근무를 했지만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리망에서 제외됐다. 그 사이 그는 병원과 약국 등을 오가며 수백 명과 접촉했다.
병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의사와 간호사 등 정규직에 비해 메르스에 더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청소와 간병, 보안 등 업무 특성상 환자와 직접 몸을 부대끼는 일의 대부분을 비정규직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병원으로부터 메르스 증상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안전에서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매일같이 환자 체액을 치우는 청소 노동자조차 마스크와 장갑만 지급받을 뿐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신분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특성상 자가격리 대상자에 해당돼도 자진신고를 꺼릴 가능성마저 있다. 보건당국은 이런 경우까지를 상정해두고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대형병원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업무 외주화’가 메르스 사태를 키우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은 귀 기울일만하다. 눈앞의 수익만 따져 외부용역 의존도를 높이면서도 관리는 나 몰라라 하는 대형병원의 문제가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은 감염관리 시스템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메르스 감염 여부 조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울시가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2,944명 전원에 대해 메르스 증상 유무를 전수조사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럽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환자 발생이 아니라 방역의 구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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