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방문했던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남아공 법원이 출국을 금지하는 한시명령을 내렸으나, 바시르 대통령이 이를 어기고 출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BBC 등 외신은 남아공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의 고등법원이 전날 바시르 대통령에 그의 체포 여부에 대한 법원 심리가 끝날 때까지 남아공에 머무르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남아공에 사망자 30만명과 난민 200만명을 낳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바시르 대통령을 체포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바시르 대통령은 15일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오후 7시쯤 수단 수도 카르툼에 도착했다. 하얀색 예복을 입은 그는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흔들고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고 AFP는 전했다. 앞서 야시르 유세프 수단 정보부 장관은 이날 AFP와의 통화에서 “바시르 대통령이 요하네스버그를 떠났고 오후 6시30분쯤 수단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수단 도착 후 군중들 앞에서 연설할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ICC 협약에 서명한 남아공은 바시르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할 경우 그를 체포해 헤이그에 위치한 ICC에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당초 법원은 14일까지 심리를 끝낼 예정이었지만 AU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의가 끝나는 15일 결정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발표되기도 전에 바시르 대통령이 수단으로 떠나며 전날 ICC 권고에도 그의 방문을 환영했던 남아공이 바시르 대통령을 또다시 감싸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시르 대통령은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2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수단 내 비(非)아랍 아프리카계 종족들이 2003년 아랍화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에 대항해 벌인 다르푸르 사태에 개입해 대량학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바시르 대통령은 법원의 출국금지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다른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과 사진을 찍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BBC는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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