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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없어도 시종 긴장감… 선입견 깬 범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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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없어도 시종 긴장감… 선입견 깬 범죄물

입력
2015.06.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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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 생길 만도 하다. 영화 ‘친구’의 감독과 ‘황해’ 배우의 만남이라니. 게다가 유괴 사건이 이야기의 동력이고 형사가 스크린 중심에 선다. 당연히 스크린이 피로 물들 영화를 떠올릴 만하다.

하지만 ‘극비수사’는 외양이 지닌 선입견을 넘어선다. 감독과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도 극복한다. 영화는 피비린내 대신 사람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곽 감독은 ‘똥개’(2003)나 ‘미운 오리 새끼’(2012)에서 보여줬던 남루한 정서를 스크린에 심고, 김윤석은 ‘거북이 달린다’(2009)의 소탈한 풍모를 비친다. 유해진은 웃음보다 진지한 연기에 방점을 찍으며 영화에 힘을 싣는다. 어울리지 않을 듯했던 감독과 배우가 의외의 하모니를 빚어내며 관객의 마음을 겨냥한다.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해 전국을 놀라게 했던 초등학생 유괴사건이 이야기를 이끈다. 엄청난 재력을 지닌 아이의 부모는 역술가 김중산(유해진)의 조언을 받아 형사 공길용(김윤석)에게 수사를 맡긴다. 이유는 단 하나. 공길용의 사주라야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사건에 휘말렸다고 여기던 공길용은 곧 김중산의 예지력을 믿고 범인을 쫓는다.

역술가와 형사가 유괴사건을 해결한다는 실화는 지나치게 영화적이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니 관객들의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이 영화가 투자에 애를 먹은 이유다. 하지만 영화는 시종 스릴과 서스펜스를 안긴다. 시간 속에 봉인된 1970년대가 주는 생경함이 배우들의 호연과 안정된 연출과 맞물리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어이 없이 사건을 맡게 된 뒤 아버지의 심정으로 수사에 임하는 공길용, 미신으로 치부되는 역술을 소신으로 삼아 살아가는 김중산의 모습이 따스한 기운을 형성한다. 배우의 개인기에 기댄 억지 웃음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웃음을 제조하는 연출도 노련하다.

영화는 과거를 다루면서 현실을 반영한다. 사건 해결보다 실적과 보신에 더 신경 쓰는 일부 경찰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꽤 곤혹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아직 우리 사회는 생명보다 자리 다툼과 자기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아니 더 심한 이기주의 사회가 된 것 아니냐고. 메르스가 확산되는 요즘 무척 서늘한 질문이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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