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갑작스럽게 끊어져 야간 훈련 중이던 군 장병 21명을 다치게 한 강원 화천군의 생태탐방로 보행데크 교량(나무다리) 붕괴 사고는 설계부터 시공, 관리ㆍ감독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화천군 사내면 용담리 인근 생태탐방에 설치된 나무다리가 당초 ‘ㅡ자’ 형태로 설계됐으나 발주처인 화천군청 담당 공무원이 설계를 변경해 시공할 것을 지시, 하부 지지대 없는 ‘아치형’으로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 관리소장은 사고가 발생한 탐방로와 같은 조경 시설물 공사와 관련한 기술 자격이 없었고, 용접 기술자도 무자격자가 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화천군 담당 공무원은 공사 감독관으로서 시공 현장에서 총괄 관리 및 수시로 진행상황을 점검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다리에선 지난달 28일 오전 1시 30분쯤 야간 전술 훈련 중이던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병 21명이 3m아래 계곡으로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당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지난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화천군과 합동으로 시행된 사고 현장 정밀감식에서 채취한 구조물 시료와 최대 하중에 대한 구조를 계산하고, 사고 보행데크의 용접 부위의 강도 등을 감정 중이다. 경찰은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고와 관련이 있는 시공업체와 담당 공무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할 방침이다. 화천군은 사고가 난 생태탐방로의 출입을 전면 통제한 가운데 외부 기관에 별도의 안전진단 용역을 거친 뒤 붕괴한 시설을 철거할 방침이다.
양승현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공사 진행상의 문제점을 강원도 등 관리 기관에 통보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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