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7ㆍKB금융그룹)와 김세영(22ㆍ미래에셋)은 올 시즌 두 번째로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쳤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까지 두 사람은 각각 1승씩 나눠가졌다. 김세영은 지난 4월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챔피언십에서 박인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당시 4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6m 칩샷을 성공한 이후 연장전에서 기적 같은 이글샷을 성공시키며 박인비에 허탈한 패배를 안겼다.
김세영은 이번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시즌 3승과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타이틀을 놓고 박인비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빨간 바지의 마법’은 마지막 라운드 9번 홀(파5)까지만 유효했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김세영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챙긴 박인비에 비해 보기와 더블보기를 범하는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고배를 마셨다. 특히 4연속 버디 후 저지른 9번 홀 더블보기가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 홀에서 김세영은 세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15m 거리에서 무려 네 차례나 퍼트를 해 더블보기를 작성했다. 박인비는 김세영이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이 홀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김세영과의 격차를 4타로 벌렸다.
박인비는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답게 경기 막판인 18라운드에서도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박인비는 경기 후 김세영과의 순위 경쟁에 대해 “이전에 역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어서 김세영이 4홀 연속 버디를 하자 마음이 덜컹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어 “기적이 두 번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보기를 하지 않으면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에서도 퍼트 실수로 메이저 우승컵을 놓친 김세영은 “9번 홀에서 모든 것이 갈렸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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