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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아진 삐삐밴드, 18년 만에 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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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아진 삐삐밴드, 18년 만에 새 앨범

입력
2015.06.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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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매니저였던 분이 20주년 기념 앨범 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모이게 됐어요. 오빠들이 하면 나도 하겠다고 했는데 모두들 흔쾌히 하겠다고 했죠.”(이윤정)

1995년 데뷔 앨범 ‘문화혁명’으로 대중음악계에 충격은 준 3인조 록 밴드 삐삐밴드(달파란 박현준 이윤정)가 해체 18년 만에 다시 뭉쳤다. 염색한 머리에 운동복을 입고 신경질적인 괴성으로 ‘딸기가 좋아’를 반복하며 당시 보기 드문 ‘팝 펑크’ 장르를 선보였던 밴드. 가요 프로그램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는 돌출 행동으로 출연 정지까지 당했던 ‘문제적’ 밴드다.

새 앨범 ‘pppb’ 발매와 함께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삐삐밴드는 “‘반가워요’라고 인사하는 느낌으로 마음 편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의 느릿한 일렉트로닉 팝 ‘오버 앤 오버, 단순한 멜로디와 비트를 반복하는 일렉트로닉 성향의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디스코 풍의 펑키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아이 필 러브’, 과거 삐삐밴드와 유사한 느낌의 펑크 팝 ‘ㅈㄱㅈㄱ’이 실렸다. 대체로 예전 곡들보다 점잖다.

삐삐밴드는 모던 록 밴드 ‘H₂O’의 멤버로 활동하던 달파란(본명 강기영ㆍ베이스)과 박현준(기타)이 이윤정을 끌어들여 만든 그룹이다. ‘안녕하세요’를 시작으로 ‘딸기’ ‘유쾌한 씨의 껌 씹는 법’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인디 록의 출발을 알렸다. 3집 ‘원 웨이 티켓’(1997)을 내고 해체한 후 세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걸었다. 달파란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 DJ를 거쳐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도둑들’ 등 20편에 달하는 영화의 음악을 책임졌다. 박현준은 원더버드와 3호선 버터플라이를 거쳐 더 모노톤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고, 이윤정은 스타일리스트를 겸하며 설치미술가인 남편 이현준과 일렉트로닉 듀오 EE를 이끌고 있다.

삐삐밴드에는 늘 파격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르지만 이들은 이 표현이 달갑지 않은 듯했다. 이윤정은 “일부러 파격적으로 연출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퍼포먼스였다”고 했다. ‘침 사건’에 대해서도 달파란은 “그냥 해프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삐삐밴드의 단기 목표는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것이다. 달파란은 “예전 곡들을 새로 편곡해 신곡과 함께 크고 작은 공연을 해보고 싶다”며 “앞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보류 상태”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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