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보건소 3주째 비상근무… 컵라면 끼니 때우며 새벽 출ㆍ퇴근
격무에 심리적 압박감 '이중고'
“사명감 때문에 퇴근을 늦추고… 애들 엄마 노릇도 못하는데 밥이라도 제대로 먹어 봤으면…”
충남 천안시 보건소 직원들이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해 3주째 비상근무에 투입되면서 녹초가 돼 가고 있다.
24시간 비상근무 중인 천안시 동남구 및 서북구보건소 150여명의 직원들은 접촉자 자가격리자 관리와 현지점검, 보고자료 폭주, 자가격리자 생활필수품 직접 배달, 상급기관 점검 응대, 문의전화 답변 등으로 연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은 3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15일도 100여 세대에 쌀과 라면, 생수, 세제, 소독용품 등을 전달하는 등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냈다.
하루 1,000여통이 넘는 문의전화 응대도 전적으로 직원들의 몫이다.
밤낮없이 하루 10회 이상 출동하고, 의심자로부터 채취한 검체를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하는 업무도 수시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채취해 의뢰한 검체가 혹시 양성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앰뷸런스가 출동만 해도 주변지역 주민들의 민원 폭주가 이어진다.
주변에 메르스 환자가 존재하는지 공개하라는 주문에서부터 근거 없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각종 민원도 쏟아지고 있다.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끼니가 간 곳이 없다. 매일 배달음식이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새벽 출근 자정 퇴근이 지속되고 있고 퇴근해도 대기상태를 유지해야 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 직원들은 격리환자 관리에 구멍이 생길까 하는 우려에 전화로 재택확인을 했어도 오전 오후 두 차례 대면 확인을 해야 안심하고 있다.
격무로 피로누적과 수면부족으로 일부 직원은 링거를 맞고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헌신이 요구되고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보건소를 맨 먼저 찾기에 피로감을 호소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직원 대부분이 여성으로 이뤄져 가정에서는 부인, 엄마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영유아, 초등학교 학생을 돌봐야 하는 직원들은 아침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시에서는 지원을 하고 싶어도 메르스관련 업무를 다른 직원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수성으로 배후지원만 가능한 상황이다.
내색을 안하고 있지만 상급기관 등의 보고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 행자부, 도청, 경찰청 등에 수시로 보고해야 하고 고위 관계자의 방문 시 의전과 응대도 신경 쓰인다.
서북구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3주 가까이 24시간 근무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직원들이 많이 지쳐있다”며 “의료진과 직원들의 노력으로 메르스가 조기에 종식되고 주민들도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