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 가는 한국의 성장동력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의 투입증가를 한 축으로, 그 생산성 증가를 다른 축으로 이루어진다. 1960~70년대엔 8대 2로 투입증가가 중요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4대 6으로 생산성이 더 중요하며 20년 후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달려 있다.
어떻게 해야 생산성이 올라갈까? 생산성을 상대적으로 본 것이 경쟁력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144개국 중 26위에 머문다. 12개 중 세 지표가 80위 밖으로 밀려난 탓인데 금융시장의 발전도, 규제와 행정효율,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주범이다. 결국 시장효율화가 국가경쟁력과 성장동력의 점화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성장동력을 위한 정부의 대표 처방은 기업 지원이다. 정부혁신 3개년 계획도 지원과 육성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에 좋은 추억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정부 개입을 당연시 하는 생각이 정부와 국민에 만연해 있다. 최빈국에서 성공한 정부 개입을 세계 11위 경제규모가 된 후에도 지속해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자녀가 유치원 시절 성공한 교육방법을 30세 된 자녀에게 유지하는 부모 같다. 국민안전, 사회보장에 대한 정부 역할은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 기능은 전반적으로 과잉상태이며 기업 지원은 그 대표격이다.
기업 지원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첫째, 퇴출될 기업이 시장을 교란한다. 우리의 정책금융은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런 수치는 후진국에서나 발견된다. 이는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기업을 양산한다. 그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자산 기준으로 16%, 숫자 기준으론 3분의 1에 달하고 있고 더구나 증가추세이다. 이러한 소위 좀비 기업은 저가 입찰로 건전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둘째, 과도한 지원은 기업의 정부 의존을 심화시킨다. 정부는 작년 “2017년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중소ㆍ중견기업 후보군을 1,150개 선정하여 1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발시대의 발상이다. 기업 경쟁력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함양되는 것이다. 정부 지원으로 생긴 경쟁력은 지원 종료와 함께 사라진다. 그렇다고 지원을 영구화할 순 없다. 부모가 자녀를 평생 돌본다 하면 자녀의 독립심이 생기겠는가?
셋째, 지원기업을 정부가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시장을 훼손한다. 기업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금융의 몫인데 우리는 그 일을 정부가 대신하고 있다. 정부는 금융의 기업평가 동기와 역량이 부족하다는데 그렇다고 정부가 그 일을 대신하면 금융은 언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낙후된 금융은 관치 탓이다. 자녀가 못 미더워 부모가 온갖 일을 대신하면 자녀의 자립은 멀어진다. 금융에 동기만 부여하면 역량은 곧 생긴다. 또한 정부의 기업선정 과정은 부정과 담합의 원천이기도 하다. 넷째, 과도한 보호는 무리한 투자를 낳는다. 기업 시각에선 수익성이 낮아 안 할 사업인데 정부 지원 덕에 투자하게 되었다면 그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겠는가? 1997년의 경제위기도 기업이 정부를 믿고 과잉투자 한 탓이다. 과잉투자의 종착역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기업 지원은 모든 이를 즐겁게 한다. 돈 주는 정부와 공공기관은 일하는 티 내고, 조직예산 확대하고, 퇴직 후 자리 마련하여 즐겁다. 이렇게 정부와 기업이 담합하며 세금을 쓰는데 국민은 이를 경제 살리기로 오해하여 박수를 보낸다. 우리 경쟁력이 시나브로 약화되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정부의 기업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창업 초기에 집중되어야 하고, 정부나 공공기관 대신 금융을 통해 집행하며,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꺼져 가는 우리의 성장동력을 살릴 수 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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