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는 분위기가 형성되려면 붐이 일어야 하고, 붐이 일려면 콘텐츠가 넘쳐나야 합니다. 시장은 넓히고 문턱은 낮춰야죠. 제가 그 부분을 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14일 서울 마포 상암누리꿈스퀘어에서 만난 김형석(46) 북팔 대표는 독특한 사업을 한다.그가 2011년 설립한 북팔은 유료로 웹소설을 제공한다. 작가 지망생들이 소설을 써보내면 그 중 가능성 있어 보이는 작가를 섭외해 작품을 연재한다.
필요하면 작가에게 독자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소재, 구성, 기법 등도 조언해준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소설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잘 팔리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컨설팅까지 해주는 셈이다.
덕분에 유료 회원이 450만명에 이르렀다. 책을 잘 사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김 대표는 여세를 몰아 지난달 중국에도 진출했다. “연말까지 중국에서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 방안도 모색 중이죠.”
그런 점에서 김 대표는 콘텐츠 수출 분야에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드라마, 음악과 달리 소설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더 높아서 ‘수출 부적합 품목’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투자도 작다. 투자가 작으니 좋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김 대표는 이를 깨기 위해 유독 웹소설에 집착했다. “K팝과 한류드라마 얘기는 많지만 정작 음악과 드라마보다 내용이 더 다양하고 풍부한 소설이 부진한 상황을 깨보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순수문학을 내려놓고 가벼운 로맨스와 무협 위주로 사이트를 꾸렸다. “모바일은 놀이도구입니다. 몰입과 사색을 요구하는 순수문학과 맞지 않죠.”
번역도 현지어 전공자보다 한류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 위주로 구성했다. “그레이트(great)를 대박으로 번역할 수 있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정확하지만 딱딱한 어법보다 현지인들이 받는 느낌이 우선이죠.”
발생한 수익은 작가와 반으로 나눈다. 3,000여명의 작가군 중에 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리는 작가도 있다.
김 대표는 불법 복제 우려 등으로 콘텐츠가 부족한 전자책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콘텐츠를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북팔이 만든 전자책은 3만권 수준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유통채널을 확보해줘야 합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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