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위험성은 예측 불가능하게 됐다. “메르스는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들이 걸렸을 때 위험하다”고 했던 보건당국의 단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비교적 젊은 30대 확진자들의 상태가 위중할 정도로 악화되는가 하면, 기저질환이 없던 감염자도 사망하면서 한국형 메르스의 위험성이 보건당국의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부산 지역의 첫 메르스 사망자인 81번 환자는 61세 남성으로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중인 친척의 병문안을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친척은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중이었다.
그런데 81번 환자는 평소 간 기능이 안 좋았을 뿐 특별한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4명의 사망자들은 대부분 천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 천식, 폐암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일부는 말기위암 환자이기도 했다. 81번 환자의 나이도 앞선 사망자들의 평균 연령(71.5세)보다 10년 이상 낮다.
건강한 상태에서 감염됐던 30대 환자들의 상태가 급격히 불안정해진 점도 예상보다 메르스의 위험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38) 환자는 현재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체외혈액순환기ㆍ혈액을 체외로 빼내 산소를 공급해주는 장치)를 부착한 상태다. 그는 알레르기성 비염 외엔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19번 환자인 평택경찰서 소속 경찰관(35)도 건강한 상태에서 감염됐으나 역시 인공호흡기와 에크모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교수는 “감염자들의 상태가 개개인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있어 노인, 기저질환 등의 이유를 들어 메르스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상태”라며 “전염력이 1인당 0.6~0.7명에 불과하다던 메르스 관련 통계도 우리나라에선 한 사람이 40명을 전염시킨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다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건당국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 35번ㆍ119번 환자의 치료를 위해 메르스 항체가 형성된 완치자 2명의 혈장(혈액 속 유형성분인 적혈구ㆍ백혈구ㆍ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 투여를 시도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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