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나토 관계자 인용 보도
발트 3국에 150명 규모 중대 병력용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헝가리에 750명 대대급 탱크 등 배치 계획
미국 국방부가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해 발트해 연안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과 동유럽 일부 국가에 탱크 등 중화기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관계자들을 인용, 미국이 발트 3국과 동유럽 일부 국가에 3,000~5,000명 규모의 여단급 전투탱크 자주포 보병전투차량 등 중화기 배치 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150명 규모의 중대 병력용 중화기는 발트 3국에, 750명 규모의 대대 병력용 중화기는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에 각각 배치된다.
계획이 승인되면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과거 소련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에 중화기를 배치하는 것이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들은 발트 3국이 2004년 나토에 가입한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해당 지역에 무기나 병력의 항구적 배치를 가급적 피해 왔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나토군 전 총사령관이자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법률외교대학원 학장은 이번 국방부 계획이 “매우 의미 있는 정책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화기 배치가 지상군 주둔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군사 위협으로 초조해 하는 나토 회원국들을 상당 수준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의 교전은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불안을 증폭시켜 왔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이미 중화기 배치 고려 대상 국가들을 상대로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중화기 배치를 위한 철로 개선과 무기 보관ㆍ정비 시설 신축 등에 드는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다만 무기 보관 시설 경비는 미군이 아니라 현지 인력 또는 경호업체가 담당한다는 방침이다.
중화기 배치 계획이 시행되려면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백악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러시아가 미국의 중화기 배치에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한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를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스티븐 워런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은 중화기를 배치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는 과정을 나토 회원국과 협의해 왔지만 아직까지 중화기 배치 여부와 시기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NYT 보도를 부인했다.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중화기 배치 계획이 이번 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승인이 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발트 3국은 미국의 중화기 배치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음달부터 대통령임기가 시작되는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국방장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우리는 무기를 며칠, 몇 주 기다릴 수 없다”며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무기의 사전 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주 이탈리아 신문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나토를 공격한다는 상상은 정신병자에게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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