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新) 기후체제(포스트 2020)’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시안을 공개했다.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8억5,060만 톤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14.7% 감축해 7억2,600만 톤으로 줄이는 1안, 19.2%(6억8,800만 톤), 25.7%(6억3,200만 톤), 31.3%(5억8,500만 톤)을 각각 감축하는 2∼4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4개안 모두 이명박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 BAU를 기준, 30%를 감축한 5억4,300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수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쯤 최종안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정부부처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데다 환경단체 등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위반 등을 들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부처는 1안, 환경부는 4안을 그나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산업계는 1안조차 과도하고, 정부의 2030년 BAU 자체가 5,000만 톤 이상 낮춰 잡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적극적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기업의 생산비용을 늘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해외 탈출 등을 재촉하리란 해묵은 주장도 새로 고개를 들고 있다. 한편으로 ‘녹색성장’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애초에 무리했던 것이어서, 이번에 비로소 현실에 맞게 바로 잡혔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어떤 시각과 주장에 의하든, 국제사회를 향한 스스로의 약속을 내팽개친 결과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올해 말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총회(COP21)에는 200개국 가까이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을 상대로 과거의 약속을 뒤집어야 하는 정부의 속이 편할 리 없다. 당장 2014년 페루 리마 기후변화총회에서 합의된 ‘후퇴 금지 원칙’의 정면 위반이자,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한 ‘이익’의 근거도 약해진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에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든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이고, 국내총생산(GDP)도 10위권인 국가로서의 남다를 책임감에 비추어 더욱 곤혹스럽다. 이달 초 주요 7개국(G7) 정상이 독일에 모여 “이번 세기 중반까지 2010년의 40~70% 수준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세계 경제 비중이 64%에 이른 G7의 다짐이어서 함부로 거스르기 어렵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약속과 이행에 무게중심을 두어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기술 개발이나 배출권 거래제의 적극적 활용 등으로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이 없었는지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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