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종영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식샤2)가 얻은 성과는 비단 최고 3%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과 침체기였던 이 채널의 월화 시간대의 부활만이 아니다.
드라마의 의무나 다름없는 새로운 캐릭터의 개발, 배우의 발견(혹은 재발견)에도 충실한 작품이었다. 시즌 1에 이어 두 번째에서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 윤두준은 물론 잘 먹는 여배우의 계보를 잇는 서현진이 그랬다.
이 가운데 새로 합류한 욕쟁이 꽃미남 권율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극중 연기한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이상우라는 인물은 실제를 숨기고 반듯한 공무원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역할이었다. 극 초반에는 흔히 만나는 실장님 캐릭터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클럽 나들이와 툭툭 뱉는 욕설, 지고지순한 순정남의 반전 설정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권율은 "캐스팅 제안 당시 3부까지 대본을 읽었는데 늘 보는 귀공자 실장인줄 알아 흥미를 못 느꼈어요. 감독님과 미팅을 하며 욕도 하고 흐트러지는 모습을 들은 뒤 출연을 결정했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찹쌀떡 같은 뽀얀 피부, 곱상한 외모에서 나오는 리얼한 욕들은 인기를 단숨에 올리는 계기가 됐다. 권율도 욕하는 실장님이란 설정을 가장 재미있어 했다. 그에 비례해 남모를 고민도 많이 했다. 권율은 "욕 장면들은 재촬영을 할만큼 예민했어요. 욕을 어느 선까지 말해야 하나 말이죠. 공무원이 자칫 이중인격이나 사이코패스로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 균형만 잘 잡으면 매력을 느끼는 시발점이 되겠구나 했어요.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까지 조율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다행히 감독님이 적절히 잡아줬어요"라고 했다. 이어 "욕을 마음껏 해보라는 주문이 있어 계속했더니 너무 차져서 NG가 나기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결국 욕 장면은 길게 삐-처리가 돼 방송에 나갔다.
실제 권율도 여느 남자들과 다름 없이 "대화에 욕을 섞는 정도"로 말한다고 했다. 다만 어렸을 때 뭣 모르고 내뱉었다면 지금은 자제하는 편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욕을 하는 자신이 철없고 경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율은 말하자면 중고신인이다. 배우로 데뷔한지 벌써 8년째다. 2007년 SBS '달려라! 고등어'로 시작해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얼굴을 알려왔다. 지난해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아들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이어 '식샤2'를 통해 순정마초로 또다른 이미지를 한 겹 더 입게 됐다. 사랑에 빠진 여자(서현진)에게 올인하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에 쏙 들 수 밖에 없었다. 8부 이후 로맨스가 급진전되자 여자 동창들, 대학 동기들, 친구의 아내, 선후배 등등 여성들로부터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
권율은 "앞서 상우의 욕밍아웃이 재미있네 정도였다면 로맨스의 시작 후에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워 얼떨떨했어요. 8부 방송 때 본방을 보다 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 문자가 30통 넘게 와있더라고요. 멋있다는 반응이 많았어요"라고 떠올렸다.
권율이 짚은 고백 장면은 사실 감독과 이견이 있었다. 뜬금없는 고백으로 느껴져 느닷없지 않나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담담한 고백신이 상우의 매력을 부각시켜 시청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오목조목한 꽃미남급 외모도 분명 한 몫했다. 남성적 외모의 윤두준과 확실한 비교가 가능한 얼굴이었다. '브로맨스'도 인상적이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더 빨리 친해졌다. 극중 축구 장면을 함께 찍은 뒤 가깝게 지냈다. 이성보다는 동성의 친구들과 야외 운동으로 더 자주, 많이 어울린다. 대학 때까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적도 없었다. 권율은 "배우를 꿈꿨지만 외모 관리에 신경쓴 적이 없어요. 외모보다 친구나 운동 등에 관심이 많아 괴리가 있었죠"라고 말했다.
권율은 올해 연기는 물론 창작 활동도 생각하고 있다. 중앙대 연극학과 전공을 살려 영화 연출, 시나리오 작업, 제작 및 기획 등 다방면으로 창작을 꿈꾸고 있다. 대중과 호흡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상관이 없다. 권율은 "저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에요.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어떤 콘텐츠라도 좋아요"라고 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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