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시즌 전 이종운 신임 롯데 감독이 강민호(30•롯데)의 올 시즌 성적에 대해 "30홈런 100타점"을 얘기했을 때, 단순히 주전포수 '기 살리기'인 줄 알았다. 막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강민호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를 믿는다"며 "강민호가 타율 2할8푼에 30홈런 100타점을 넘긴다면 최하위권으로 분류되는 롯데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 감독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강민호가 FA(프리에이전트) 계약 2년째인 올 시즌 놀라운 활약으로 리그를 집어 삼키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그는 포수에 관한 모든 타격 기록을 새롭게 쓸 공산이 크다. '공격형 포수'라는 찬사를 받은 이만수, 박경완, 조인성 등 쟁쟁한 선배들보다 더 빼어난 타격 능력을 뽐내고 있는 요즘이다. 강민호는 지난 13일 인천 SK전에서도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손맛을 보며 홈런 개수를 벌써 23개까지 늘렸다.
포수로 한 시즌 30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역대 시즌 최고 타율은 1984년 이만수(당시 삼성)의 3할4푼이다. 최고 장타율도 6할3푼3리로 같은 해 이만수가 갖고 있다. 최다 홈런은 2000년 박경완(당시 현대)이 홈런왕에 오르며 쏘아 올린 40개이다. 최다 타점은 2010년 조인성(당시 LGㆍ현 한화)이 포수로는 최초로 100타점을 넘어서면서 7개를 더한 107타점이다.
강민호는 14일까지 58경기에서 192타수 67안타로 타율은 3할4푼9리, 장타율은 7할6푼6리다. 홈런은 23개로 부문 단독 선두, 타점도 58개나 된다. 홈(13홈런)과 원정(10홈런) 경기 성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그는 득점권에서도 4할6푼3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달에만 8홈런을 폭발한 강민호는 산술적(팀 63경기 기준)으로 144경기 최종 52.6개의 홈런이 가능하다. 이승엽이 2003년 작성한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56개와 엇비슷한 수치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의 특성상 신기록 달성은 쉽지 않겠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50홈런 도달에도 기대를 품게 한다. 타점도 144경기에서 133개까지 가능한 것으로 계산된다. 2010년 조인성보다 26타점이 많다. 이 부문 역대 1위 기록은 2003년 이승엽의 144개. 강민호는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가 쌓은 133타점을 넘어 롯데 구단 한 시즌 최다 타점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강민호는 올 스프링캠프에서 장종훈 타격 코치와 상의 끝에 타격 스탠스를 줄이고 상체를 약간 세우는 변화를 줬다. 스탠스가 너무 넓어 중심 이동이 되지 않고, 정확한 배팅도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그는 바뀐 폼으로 공을 정확히 때리기 시작했고 특유의 힘을 앞세워 담장을 넘기는 일도 잦아졌다.
이종운 감독은 강민호의 맹타에 대해 "캠프 때 정말 열심히 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자신 있게 휘두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종훈 코치는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다"면서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때리는, 가장 이상적인 타격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민호는 "작년을 포함해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바닥까지 찍고 나니 정말 절실히 야구를 하고 있다"며 "'먹튀' 소리는 괜찮았는데, 가족 욕을 하는 건 참기 힘들었다. 난 요즘도 '하루 살이'다. 간절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롯데 강민호.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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