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어차피 지나가는 홈런 중 한 개일 뿐이다. 400개도 있는데…."
'공룡 대장' 이호준(39ㆍNC)은 통산 300홈런에 1개 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무덤덤했다. 아직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데다 이승엽(삼성)의 400홈런도 나온 만큼 크게 주목 받을 일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역대 7명밖에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 이호준이 때릴 경우 박재홍(은퇴)이 갖고 있던 최고령 300홈런 기록(39세26일)을 경신하는 등 충분히 가치가 있다. 김경문 NC 감독 또한 "말이 300홈런이지 쉽게 나오는 일이 아니다. 30개씩 10년을 쳐야 한다. 3년 연속 3할도 어려운데 300홈런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치켜세웠다.
1994년 해태(현 KIA)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이호준은 올해 프로 22년차다. 300홈런은 오래 선수 생활을 꾸준히 하다 보니 찾아온 달콤한 선물이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하다"면서 "군대를 가고 부상으로 빠진 걸 빼면 14~15년은 뛰었을까. SK 시절(2000~2012년)만 해도 이 기록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다.
2013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NC에 새 둥지를 튼 이호준은 김경문 감독과의 만남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 다른 팀에서 큰 관심이 없었을 때 막내 구단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베테랑 이호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적 후 곧바로 주장을 맡길 만큼 신뢰를 나타냈고, 이호준은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줬다.
NC에서 2년 연속 20홈런을 친 그는 올 시즌도 어김 없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3일 현재 타율 0.319, 14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점 생산은 종전 자신의 최고 기록(2004년 112개)을 충분히 갈이치울 태세다.
이호준은 "모두가 올해 '회춘했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감독님이 편하게 뛸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인간적인 고마움을 느낀다. 아마 감독님이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하다가 이미 벌써 그만 뒀을 수도 있다. 감독님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야구를 참 오래 했다"면서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기쁘게 유니폼을 벗고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NC 이호준.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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