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위원회 영구정지 찬반 양론
찬성 위원이 반대보다 조금 많아
해체 경험 없고 핵심기술 부족
방사능 제거, 폐기물 처리 등 난제
지연해체ㆍ즉시해체 선택도 고민
폐로 비용 6000억 "부족" 지적도
정부가 고리1호기의 폐로와 해체를 한국수력원자력에 권고한 이유는 안전성 우려와 함께원전산업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아직 해체 기술이 부족하고 해체 경험도 전무해 폐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적잖은 과제를 풀어야 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국가에너지위원회는 고리1호기 영구정지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양측은 “고리1호기가 우리나라 전체 전력설비의 0.5% 수준으로 전력수급 기여도가 낮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 우려가 크다”(찬성측), “한수원 분석 결과 안전성과 경제성이 충분해 계속 운전해도 된다”(반대측) 고 맞섰다. 정양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9명 위원이 차례로 의견을 얘기했는데 영구정지를 찬성한 위원이 반대한 위원보다 조금 더 많았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들 대다수는 해체산업의 육성과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에 공감했다. 고리 1호기 해체에 최소 15년 이상 걸리는 만큼 2030년 이후 도래할 전 세계 원전 해체시장을 선점하려면 핵심 해체기술 개발과 해체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폐로는 한수원이 정부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 정지를 최종 결정하면 바로 시작된다. 한수원은 허가기간인 2017년 6월까지 고리 1호기를 운영한 후 관련법에 따라 2018년 7월까지 해체 계획서를 만들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안전하게 해체하는 방안,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 등이 계획서에 들어간다.
해체계획은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원안위에서 해체계획 승인이 2022년 6월쯤 나올 전망이다.
원전 해체는 ‘가동중지→해체준비→제염→해체→폐기물처리→부지복원’ 순서로 진행된다. 가동을 중지하면 핵반응이 일어날 때 수백~수천도까지 올라간 원자로 중심부(노심)를 식힌다. 이후 방사성물질을 씻어(제염)낸다. 반감기가 긴 방사성물질은 노심을 식혀도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방사선에 잘 견디는 원격제어 로봇이 필요하다.
제염을 마친 뒤 원자로를 기계로 옮기거나 특수용기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절단한다. 원전 구조물은 두께가 30~40㎝에 이를 만큼 거대한 콘크리트나 철근이 대부분이고 내부에 세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일일이 자르려면 특수 레이저나 플라스마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
절단한 원전 폐기물을 영구히 묻을 지, 선별해 재활용할 지도 결정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어느 쪽도 여의치 않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국내에 아직 없고 재활용 안전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원전이 해체된 뒤 남은 부지 복구 역시 난감한 문제다. 식물은 물론 토양과 지하수까지 모두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
원전 해체방식도 선택해야 한다. 크게 지연해체, 즉시해체, 영구밀봉 3가지가 있다. 지연해체는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해 30~60년 장기간 시설을 폐쇄하는 방법으로, 안전하지만 핵폐기물 처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해당구역 통제에 비용이 많이 든다. 1979년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자력발전소가 이 방법으로 해체됐다.
즉시해체는 운전정지 후 바로 해체를 시작해 가능한 빠른 시일 완료하는 방식이다. 유지비용과 안전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 경제적이지만 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아 상당히 위험하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사용된 영구밀봉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문제권 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연구본부 부장은 “얼마나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해체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여러 조건에 따라 사업자가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즉시해체를 많이 사용하고, 지연해체와 즉시해체를 혼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동희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관은 “한수원이 해체 전략과 경영적 판단을 고려해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로 비용도 고민거리다. 한수원은 폐로 비용으로 약 6,030억원을 확보해 놓았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해외 사례를 보면 평균 8,000억~9.000억원의 비용이 들기에 준비금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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