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정책 여건이 급변할 수 있겠지만 경기회복세가 미흡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 내외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경기 부양을 위해 상당 기간 금리를 따라 올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시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열린 한은 창립 56주년 기념식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 지속을 낙관하기 어려운 만큼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및 수출 부진을 들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낮추며 지난해 8월 이래 네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 총재는 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보다 내실있게 운용하겠다”고도 했다. 한은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될 경우 서비스업 등 피해 업종을 중심으로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집중 집행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를 상대로 여러 차례 구조개혁 노력을 요구해온 이 총재는 “한은도 구조개혁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이에 대한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현실적합성 높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임 한은 총재들은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승 전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창립 65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가 암에 걸린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가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태 전 총재도 이 자리에서 ”금리 인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며 그 사이 경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다만 “반복된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를 늘리듯이 추경도 반복되면 국가부채를 늘린다”며 구조개혁이 적합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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