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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동방신기 엑소… 엔터테인먼트 기업화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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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동방신기 엑소… 엔터테인먼트 기업화의 선구자

입력
2015.06.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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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음악의 가요계 주도, 기획 아이돌 시대 열어

H.O.T. 이전까진 실패 연속, 보아·동방신기 日 현지화로 대박

혹독한 트레이닝·장기 전속 계약, 스타 만든 동시에 이탈 등 갈등도

"中과 손잡고 세계적 스타 배출" SM, 문화기술 전략 가동 중

이수만(63) SM엔터테인먼트 설립자는 아이돌 기획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를 기업화한 선구자다. 체계적인 회계 관리와 분업화, 투자와 재투자,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체와 합작, 코스닥 상장 등 1980년대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던 모든 일이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SM의 그룹 H.O.T가 2000년 중국에서 성공함으로써 한류(韓流)의 물꼬를 튼 창시자이기도 하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만든 그의 성공 비결은 하버드, 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들이 앞다퉈 강연을 요청할 만큼 궁금하다.

이수만은 1989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SM기획을 시작했다. 1호 가수 현진영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했다. 이수만의 방송 출연으로 운영비를 메웠다. 그러다 1996년 H.O.T가 잭팟을 터트렸고 보아의 일본 진출과 동방신기의 성공으로 급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2007년 매출은 332억원, 4년 만인 2011년엔 3배가 넘는 1,099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다시 세 배에 육박하는 2,87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 농기계학과 출신인 그는 1970년대 엘리트 가수로 인기가 높았다. DJ, MC로도 맹활약하던 그는 1981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며 음악채널 MTV가 미국 문화를 뒤바꾸는 것을 목격했다. ‘보는 음악’이 가요계를 주도할 것이라 예견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체계적인 가수 훈련과 마케팅을 도입했다. 김완선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스타로 만든 한백희와 보이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 등을 소녀들의 우상으로 만든 미국의 모리스 스타가 그에게 영향을 줬다.

이수만은 이들을 롤모델 삼아 10대의 우상 만들기에 나섰다. 음악 주 소비층인 10대 소녀의 취향을 면밀히 파악해 미소년들을 모아 캐릭터를 부여하고 음악 및 외모의 콘셉트를 기획한 첫번째 아이돌 그룹이 H.O.T.다. 이렇게 ‘기획 아이돌 시대’를 연 이수만은 이후 신화,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으로 이어지는 성공 계보를 써내려 갔다.

해외 시장에 진출해 K팝을 세계인이 듣는 음악으로 만든 것도 그가 시작한 일이다. 그는 S.E.S의 일본 진출이 뜻대로 되지 않자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가수’가 아닌 ‘일본에서 시작한 가수’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아와 동방신기가 이런 현지화 전략으로 탄생했고, 이후 기획사들이 그의 전철을 따르고 있다.

이수만이 연예계 큰 손으로 통하는 것은 가요계를 넘어 방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소속 가수들의 출연 문제로 SBS, CJ E&M과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SM 연예인들의 막강한 팬덤은 방송사로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이수만이) 소속 가수들을 최대한 늘려 회사 몸집을 키우고 음악 외에 연기도 병행하게 하면서 연예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도록 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수만은 음악에 대해 워낙 독보적인 감각을 갖고 있고, 모든 것을 일일이 다 모니터링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일 중독자”라는 평이다. 그러나 영화 제작을 위해 DVD제작사 비트윈을 인수해 만든 SM픽쳐스는 ‘꽃미남 연쇄테러 사건’(2007)에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SM아트컴퍼니를 설립해 제작한 뮤지컬 ‘재너두’나,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총리와 나’, ‘미스코리아’(이상 2013) 등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수만 회장은 음악에 있어선 독보적인 능력과 안목을 갖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부터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장기계약을 하는 이수만의 신인 배출 시스템은 SM의 자산이자 가요계의 관행이 됐다. 한 유명 방송작가는 “SM은 가수보다 회사의 힘이 더 크다. 언제라도 ‘제2의 동방신기’를 만들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반면 이런 관행은 갈등의 불씨도 된다. H.O.T의 토니안과 장우혁, 이재원, S.E.S의 유진과 바다 등 전속계약 종료 후 떠나는 가수들이 많았다. 동방신기의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과 갈등을 빚으며 홍역을 겪었고, 최근엔 한국과 중국 시장 동시 공략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제작한 그룹 엑소의 중국 멤버들도 하나둘 떠났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SM의 신인 제작 시스템이 스타들을 만들었지만 한계점을 드러낼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동건 강호동 신동엽 등이 소속된 SM C&C 등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거론되긴 하지만 SM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KB투자증권의 김민정 애널리스트는 “SM C&C가 제작하는 TV프로그램 편성이 올 하반기에 집중돼 있어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의 방문객 수도 2월 1,200명에서 5월 1,700명으로 증가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관광객과 팬을 대상으로 한 SM타운 코엑스아티움은 SM 소속 가수들의 전용 공연장과 캐릭터 용품 판매, 카페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공간이다. 한 음반기획사 대표는 “SM은 음악뿐 아니라 연예인을 이용한 상품을 만드는 등 산업적 플랫폼이 탄탄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만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 최고의 스타를 만드는 것. 그가 SM의 차별적 경쟁력이라고 내세우는 문화기술(CT)의 3단계 전략은 중국과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 보아, 동방신기 등 한국 가수가 일본과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1단계라면 2단계는 슈퍼주니어M처럼 한중 합작 그룹으로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것, 3단계는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인 가수를 발굴해 SM의 문화기술로 세계적 스타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처음부터 문화적으로 앞서는 것이 경제 대국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중국과 힘을 합쳐 아시아, 미국, 유럽으로 나아갈 음악과 스타, 콘텐츠를 만들 계획입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 이수만 가수시절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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