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이번 주말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 발 2차 확산의 계기가 된 14번 환자로부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잠복기가 12일 종료된다는 것이 근거다.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제3차 확산 가능성이 남아있어 섣불리 속단할 수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왕좌왕하던 초기 대응과는 달리 최근 이대목동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메르스 환자 진료과정에서 보여준 기민한 대응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이들 병원은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초기부터 철저히 일반인과 격리, 전용병실로 이송했다. 의료진과 환자 모두 보호장구를 착용,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차단했다. 이튿날 메르스 확정 판정이 나기까지 환자들을 음압격리 병상에 입원시켜 일반인과의 접촉 가능성을 아예 없앴다. 메르스 환자와 일반인의 이동 경로를 처음부터 달리한 관리방식은 다른 병원에서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병원과 환자 모두 치료 관리의 원칙에 유의한다면 충분히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혼란스런 위기상황에서 고군분투한 일부 병원 의료진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치료과정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메르스에 노출돼 감염되는 등 지금도 많은 의료진이 쪽잠을 불사하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래도 메르스 때문에 치료를 기피, 포기하거나 병원을 이탈한 경우는 없다. 아무리 의료인들이라도 스스로 메르스 방어의 최후 보루라는 사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메르스 발병 1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감염이 두려워 의료진이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몇몇 의사들이 사표를 내던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칭찬과 격려를 받아야 마땅할 의료진들이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이웃의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치료에 참여한 일부 의사는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떠돌고 있다. 의료진이 거주하는 지역 학교의 휴업이 잇따르고, 일부 의료진 자녀들은 주변에 따돌림까지 당하고 있다. 간병인, 자가 격리자를 지원하는 공무원, 요양병원 근무자 등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들 역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초기 병원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됐던 일 때문임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늑장 대응과 관련정보 공개에 인색했던 방역 당국의 책임이지 의료진의 잘못이 아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격려는 못할 망정, 사기를 꺾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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