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0%로 내렸다. 엔저와 수출둔화, 경기 위축 등 ‘내려야 할 이유’들과, 가계부채 급증 및 미국 금리인상 임박 등 ‘내리지 말아야 할 이유’들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창궐로 소비심리까지 꽁꽁 얼어붙자 금통위가 금리인하 쪽에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11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내렸다. 1.75%로 내린 지 3개월 만이다. 3월 사상 최초로 1%대로 내려온 기준금리는 최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메르스로 인해 서비스업 등의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주체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서는 선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수출 부진과 메르스의 영향으로 4월 전망했던 성장경로 전망에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다음달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 때 현행 3.1%인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추가경정(추경) 예산 등 부양책을 만지작거리는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통위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이 메르스로 대내 불확실성이 커진 경기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는 이날 한은의 금리인하에도 불구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불과 5.29포인트(0.26%) 오른 2,056.6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되레 소폭(0.17%) 하락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773%에서 1.797%로 0.024%포인트 오르는 등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신중호 이베스트 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시장이 반응하려면 강하거나(큰 인하 폭) 빨랐어야(선제대응) 했는데, 이번 금리인하는 둘 다 해당하지 않았다”며 “시장에서 더 이상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라 해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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