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러빙 데이'… 백인과 흑인 금혼의 벽 허물다

입력
2015.06.11 14:11
0 0
인종이 다르다고 결혼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게 한 리차드 러빙(오른쪽)과 밀드레드 러빙 부부. 48년 전 오늘 일이었다.
인종이 다르다고 결혼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게 한 리차드 러빙(오른쪽)과 밀드레드 러빙 부부. 48년 전 오늘 일이었다.

24세 백인 남성 리차드 러빙(Richard Loving)과 18세 흑인 여성 밀드레드(Mildred) 러빙은 1958년 미국 워싱턴D.C에서 결혼했다. 밀드레드의 뱃속에선 리차드의 아이가 자라는 중이었다. 둘은 자신들의 나고 자란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 시 캐롤라인 카운티로 귀향했다. 그리고 곧장 투옥됐다. 타인종간 결혼을 금하는 주법(인종순결법 Racial Integrity Law)을 그들은 몰랐다. 법원은 러빙 부부에게 25년 추방령을 내렸다. 판사는 “신은 백인 흑인 황인 말레이인 홍인종을 창조해 각기 다른 대륙에 살게 했다.(…) 인종을 따로 둠으로써 서로 섞이지 않게 하려는 뜻이었다”고 판결문에 썼다.

워싱턴D.C로 돌아온 둘은 벽돌공이던 리차드의 벌이로 5년을 살며 세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고향도 친지도 그리웠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찾아가 젊은 변호사 버나드 코헨을 만난다. 코헨은 “그들은 시민권 의식도 없던 순박한 이들이었다. 다만 사랑해서 부부가 됐고, 고향에서 살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대법원까지 가야 할지 모른다고 말하자 리차드는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턱을 떨구었다”고 은퇴 뒤 NPR 인터뷰에서 말했다.

‘러빙-버지니아주’ 소송으로 알려진 그 사건은 실제로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러빙 부부는 어느날 아침에 깨어나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자녀에게 상속권이 있음을 알고 잠들 권리가 있다.”(코헨의 변론 일부) 67년 6월 12일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러빙 부부의 손을 들어준다. “인종간 혼인 금지는 명백한 연방 헌법(수정헌법 5조, 14조) 위반”이었다. 둘은 곧장 캐롤라인 카운티로 귀향했다. 리차드는 75년 교통사고로 숨졌고, 밀드레드는 2008년 5월 8일 향년 68세로 숨졌다.

‘러빙-버지니아주’ 판결 후 중남부 여러 주에서는, 근년의 동성혼 합법화처럼, 유사한 소송이 잇따랐다. 가장 ‘완고’했던 앨라배마 주가 타인종 혼인을 합법화한 것은 불과 15년 전인 2000년이었다. 2010년 미국 인구통계에 따르면 이성부부 중 타인종 커플은 전체의 약 10%로, 50년새 25배가 늘었다. 그들은 6월 12일을 ‘러빙 데이’라 부르며 축제를 벌이고 있고, 40주년이던 2007년부터는 공식 공휴일 지정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