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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미래를 위해 역사를 다시보자

입력
2015.06.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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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역사. 어찌보면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미래는 앞으로 벌어질 것에 대한 것이고, 역사는 어찌됐든 과거에 대한 이야기니 그냥 듣기에는 마치 반대말이나 상대어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들은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지금 미래스토리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지만, <거의 모든 IT의 역사>나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처럼 IT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책도 집필했다. 역사와 미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edX라는 온라인 코스웍을 통해 수업을 들었던,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의 유명한 인류학자인 하라리 유베이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15주 간의 강의를 마치는 마지막 수업에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렇게 말을 했다. "미래는 역사의 연장이다". 즉,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끊임없이 과거가 되고 있으며, 눈앞에 있는 미래는 계속해서 현재가 되면서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연결된다. 이 사실은 결국 역사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에도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빅히스토리를 아는가? 그것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고, 태초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최근의 첨단 시대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을 엮어내는 작업이다. 출처 https://www.bighistoryproject.com/home
빅히스토리를 아는가? 그것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고, 태초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최근의 첨단 시대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을 엮어내는 작업이다. 출처 https://www.bighistoryproject.com/home

그렇지만, 과거로부터 정립되어온 현재의 학문 시스템은 이런 이상적인 그림과는 거리가 있다. 인간은 대체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문제를 잘게 쪼개서 분리한 뒤에 이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고안하는 방식으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이때 가능하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주변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문제를 단순화해서 해결책을 만드는 과정을 체계화하였고, 이것이 쌓이다보니 학문은 대체로 전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전문가가 나서면 해당 분야의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나름의 믿음도 그동안 쌓였다. 그런데, 최근 인류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정식이 잘 먹히지 않는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대기가 오염되고, 온난화가 진행되며, 이로 인한 기후의 급격한 변화, 사회발전으로 인한 자원의 고갈, 글로벌한 양극화, 민족주의와 종교갈등, 국제관계, 문화교류와 문화의 충돌, 공유경제,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약진 등 과거처럼 일부 전문가집단이 나서서 문제를 쪼개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거대한 난제들이 산적해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과거처럼 경제정책과 국가간의 일부 외교적 협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보다 다각적이고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총체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는 학문체계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올해 초에 작고한 이화여대의 역사학자 조지형 교수는 우주의 탄생부터 현재의 인류사회에 이르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는 빅히스토리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접근을 했고, 시간적으로는 태초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최근의 첨단 IT기술의 역사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을 엮어내는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IT와 인터넷의 역사에 대해, 미국역사를 전공한 교수 앞에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 미국의 역사와의 연결성을 역설하는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에도 교수님이 열린 마음으로 이런 다양한 전공자들의 협력을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독려해주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롯 빅히스토리를 처음 소개하신 조지형 교수는 돌아가셨지만 그 유지를 받들어 다양한 전공의 후학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새로운 융합학문으로서의 빅히스토리를 소개하고 확산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하나고등학교 등 정규교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도 생기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빌 게이츠의 큰 관심과 지원 속에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에서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방영이 되는 등 앞으로 관련한 학문이 미래시민의 필수교양 교육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빅히스토리 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미래지향적인 활동에도 필수적이다. 현대의 사회문제는 대체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많다. 많은 것들이 현재의 학문적 경계를 넘어서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효과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환경 간의 '복잡성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통합역사의 목표다. 출처 https://www.bighistoryproject.com/home
인간과 인간, 인간과 환경 간의 '복잡성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통합역사의 목표다. 출처 https://www.bighistoryproject.com/home

그러므로, 통합적이면서도 경계를 넘어서는 시각은 무척이나 중요한데, 최근 통합역사(integrated history)라는 접근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인간과 환경이 같이 만들어내는 통합적 시스템의 가능한 미래의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단지 과거만 바라보기 보다는 역사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내도록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통합역사와 지구 인류의 미래(IHOPE, Integrated History and future of People on Earth, IHOPE)라는 단체를 만들고 과거의 인간사회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통합적 대처모델을 분석하여 우리가 만나게 될, 보다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개념들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새로운 움직임들이 꽃을 피우기에는 우리 나라 사회는 여러 면에서 너무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 없던 것이라고 깔보거나 자신들의 시각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학문의 재정립 운동이 여러 방면에서 진행이 되고, 실질적인 사회변화까지 유도하려면 먼저 우리들 스스로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여 비전공자의 말이라고 무시하거나, 남의 이야기에서 배우기 보다는 공격하려고만 하는 사회는 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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