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한방’이 없다. 11일 개봉하는 기대작 ‘쥬라기월드’ 얘기다.
1993년 시작된 ‘쥬라기공원’ 시리즈가 거듭될 때마다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공포의 진화 즉 새로운 공룡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2001년 ‘쥬라기공원3’ 이후 14년 만에 돌아온 ‘쥬라기월드’는 이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했다. 티라노사우르스 등 공룡을 비롯해 여러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 조합한 공룡(인도미누스렉스)을 내세웠건만 전 시리즈의 공룡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지능의 진화가 극 초반 긴장감을 주기는 했지만, 이 새로움을 끝까지 끌고 가지는 못했다. 가장 위협적인 공룡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데 실패함에 따라 짜릿한 클라이맥스도 없었다. 수중 공룡 모사시우루스 등 바다와 하늘을 장악하는 공룡을 등장시켜 포장은 화려했지만 딱히 먹을 것 없는 잔치였다.
‘쥬라기월드’는 역대 시리즈와 달리 쥬라기공원 개장 후 위기를 다뤘다. 문제는 이야기의 밀도였다. 영화 시작 후 인도미누스렉스가 등장하기까지 걸린 50여분은 지루하기까지 했다. ‘한숨 돌리기 벅찬 긴장의 연속’이라는 시리즈의 특징이 죽어버렸다. 1993년 개봉한 ‘쥬라기공원’의 추억을 연상케 했는데, 이미 봤던 내용이 큰 변화 없이 펼쳐져 집중력을 떨어뜨린 탓이다. 석연치 않은 결말도 아쉬운 대목 중 하나다.
다만 이야기보다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보는 영화가 ‘쥬라기공원’ 시리즈라고 한다면 장점이 없지 않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공룡의 서늘한 눈빛과 피부의 질감까지 살려 진화된 ‘쥬라기월드’를 보여줬다. ‘스타워즈’ ‘트랜스포머’등을 제작한 영상팀 ILM(Industrial Light & Magic)이 공룡이 눈을 깜빡이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표현한 덕분이다. 공룡들의 놀이공원인 테마파크는 웅장함을 과시했다. 테마파크를 이동할 때 사람들이 타는 자이로스페어 등 혁신적인 기구들도 새로웠다. 2~3m의 크기의 식인 상어를 무자비하게 삼키는 20m크기에 달한 수중 공룡이 ‘쥬라기공원’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했고,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영화 끝나기 직전 5분 여간 벌어지는 공룡과 사람 간의 혈투는 ‘쥬라기공원’시리즈가 지닌 장점을 잘 표현해내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 총괄을 맡은 ‘쥬라기월드’는 역대 ‘쥬라기공원’ 시리즈 가운데 휴머니티가 가장 도드라져 보인다. 인간과 공룡의 소통까지 담아 여운을 준다. 잔인한 장면이 더러 있지만 가족 단위의 관객이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유전자 조작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이슈는 시리즈가 시작할 때부터 중요한 생각거리였다.
양승준기자
●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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