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Word Play (재미있는 말)
끼리끼리 해먹는 ‘파벌주의(factionalism)’에는 종류도 많고 배경도 각양각색이다. 경제계의 족벌체제나 종교계의 세습도 자기들끼리 이권을 나누고 독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은데 이들은 뿌리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흔히 족벌주의는 경제계에서 나온 것으로 알지만 사실 근본은 가톨릭이다. 중세부터 17세기까지 교황(Pope)이나 주교(bishop)가 조카들을 추기경(cardinal)으로 임명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으로 지탄 받으면서 ‘nepotism’이라는 말이 생겼다. 바티칸이 위치한 로마에서 이탈리아어 ‘nepotismo’가 맨 먼저 사용됐는데 그 어원은 Latin어 nepos(=nephew)다. 카돌릭의 교황이나 주교는 결혼하지 않기 때문에 자식이 없어 가장 가까운 친인척인 조카에게 종교의 요직을 대물림한 데에서 유래했다. Callixtus III, Alexander VI, Paul III, Innocent XII 등이 직위를 모두 조카들에게 세습시킨 것은 종교계에서 자유와 평등 정신이 무시된 사례로 꼽힌다. 당장 한국 개신교의 대형 교회가 세습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수백 년 전 부패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파벌과 기득권자들의 관습을 얘기할 때는 ‘Bob is your uncle’이라는 영국인들의 관용구가 빠지지 않는데 그 배경은 이렇다. 영국 Salisbury의 3세 후작 Robert Arthur Talbot Gascoyne-Cecil은 자신의 조카 Arthur Balfour를 당시 영국 통치하의 아일랜드에 총독으로 임명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그의 삼촌 Robert의 구어 애칭인 Bob을 지칭하면서 ‘Bob is your uncle’이라고 조소한 것이다. ‘누구는 빽이 있으니까’ ‘xxx가 뒤를 봐 준다’는 의미로 쓰이는 이 말은 아직도 든든한 뒷배경을 말할 때 곧잘 쓰인다.
지연 학연으로 알려진 ‘cronyism’은 지인이나 친구를 요직에 임명하면서 생긴 말인데 그리스어 chroios(=long term)에서 왔다. 정치권의 무능을 경멸 지탄할 때 사용되는 용어인데 엘리트주의(meritocracy)와는 다르다. '오랜 지기'라는 뜻 자체에는 나쁜 의미가 없지만 정치 요직에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 임명하는 것은 폐쇄적 인사고, 그 폐해는 일반 시민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경제계에서의 ‘Crony Capitalism’은 족벌 체제나 세습제를, 정치계의 ‘Political Cronyism’은 폐쇄적 인사를 뜻한다. 한국에서 아직도 소수의 권력과 재력가들이 나라의 이득을 독점하는 금권정치(Planet Plutocrat)가 여전한 것을 보면 정치후진국임이 분명하다. 또 한국의 GDP나 실질 경제성장률은 성장하는 반면 서민들의 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도 소수 재벌 기업의 이득 챙기기와 재벌기업의 폐해로 지적된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한국에서는 factionalism(파벌) nepotism(족벌주의) cronyism(지연 학연주의)가 모두 동시진행 중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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