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긴급 담화문을 통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차단을 위한 국민적 인내와 협조를 당부했다. 최 대행은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당부의 말씀’에서 “이상 증세가 있을 경우 임의로 병원에 가지 말고 반드시 보건소에 신고한 후 안내에 따라 달라”는 등의 행동요령과 이란 국민의 예방 수칙을 강조하는 한편, “메르스는 공기로 전파되지 않으며 증상이 없는 경우(잠복기)에도 전파되지 않으니 과고한 불안과 오해 등을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최 대행의 이날 담화는 메르스 확산 속도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에서 사태의 완전 해소를 기약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국민의 적극적 협조와 자구노력, 그에 따른 불편의 감내가 불가결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듯하다. 담화가 강조한 행동요령과 예방수칙에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따라야 할 것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확진자나 감염의심자, 격리자 등이 겪는 일상생활의 불편에 대한 보상ㆍ지원책도 마련됐고, 예방수칙에 특별히 어려운 것도 없다. 손을 깨끗이 씻거나 소독하고, 씻지 않은 손을 코나 입에 대지 말고, 기침이 나면 손수건으로라도 입을 가리고, 감기ㆍ몸살 증세가 있거나 감염이 걱정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어제 담화에는 꼭 담겨야 할 한 가지가 빠졌다. 담화는 그제부터 최 대행 주재로 열린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의 직접적 결과다.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지 20일 만에야 비로소 정부의 조직적 대응체계가 가동됐다는 증거다. 따라서 초기 대응 태세의 미비와 우왕좌왕, 사령탑 부재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키웠다는 인식에 기초한 진솔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했다. 이를 빠뜨린 대국민 당부는 자칫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의료기관과 환자 당사자, 일반 국민의 ‘부적절한 대응’에 떠넘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래서야 메르스 확산과 그에 따른 과도한 국민 불안의 최대 요인인 불신을 뛰어 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정부대책이라면 일부 환자나 의료관계자가 상식의 궤(軌)를 벗어난 행동까지도 고려해 마땅했다.
아울러 만에 하나라도 어제의 대국민 당부가 메르스에 대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엉뚱한 결과를 부르지 않기를 바란다. 확산 속도는 줄었지만, 아직 하루에 확진 환자 13명ㆍ감염의심자 500명ㆍ격리자 547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적어도 2차 ‘슈퍼 전파(傳播)’가 일어난 삼성서울병원과 건양대병원 등의 감염 의심자의 잠복기가 끝나는 내주 초까지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정부도 국민도 조금은 더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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