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관광객 7만명 취소
주요 관광지마다 ‘썰렁’
장기화되면 큰 타격 우려 전망
10일 오후 제주시 한라수목원.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관광코스 중 한 곳이다. 평소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대형버스들이 수목원 주차장을 모두 채우고도 부족해 도로까지 점령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주차장 곳곳이 비어있고, 중국인 관광객들도 크게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의 제주여행 예약 취소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수목원 관계자는“메르스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평소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다”며 “메르스의 위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 이후 제주여행을 취소한 관광객이 7만여명에 이르면서 제주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관광이 메르스 여파에 직격탄을 맞자 이날 한국은행 제주본부, 제주발전연구원, 제주도관광협회, 제주관광공사, 농협 제주지역본부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메르스 관련 경제영향 대응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 사태 진정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고, 오히려 장기화될 경우 제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도에 따르면 메르스 여파로 9일 현재까지 제주 방문을 취소한 관광객은 6만7,898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은 3만2,294명이며, 중국인이 3만1,477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97.5%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푸젠(福建)성-제주, 난징(南京)-제주 등 중국과 제주를 잇는 직항 전세기는 물론 정기편 항공기도 취소되거나 감축 운항되고 있으며, 이달 30일 입항 예정이던 크루즈인 프린세스 사파이어호의 제주행도 취소됐다. 이로 인해 도내 관광지, 음식점, 렌터카, 전세버스, 호텔 등도 덩달아 예약 취소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제주발전연구원은 “메르스 감염자가 급속히 확산되고 제주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내ㆍ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지역경제가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도 “메르스는 과거 ‘사스’ 및 ‘신종인플루엔자’와 달리 내외국인 및 개별ㆍ집단 관광객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장기화될 경우 제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원희룡 지사는 “관광객 감소와 소비가 위축되는 징후가 아주 뚜렷하다”며 “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가 자체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재정정책, 금융지원, 경영난에 처한 업종에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기동성 있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0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제주지역 메르스 의심신고 및 검사자 수는 24명이며, 이 중 자가격리자는 1명이며, 1명은 1차 검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는 귀가 조치하거나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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