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다음으로 동성애자가 많은 도시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동성애자 유입 속도로 보면 샌프란시스코보다도 빠르다. ‘벽장 속 동성애(Closet homosexual)’란 말처럼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기는 게 보통이지만, 시드니에서는 거꾸로 ‘벽장 속 이성애(Closet Hetero)’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다. 세계 최대 동성애자 잔치인 ‘마디그라 축제’는 세계 10대 축제에 꼽히는 시드니의 명물이다. 최근 야당이 제출한 동성결혼 인정 법안에 토니 애벗 총리의 레즈비언 여동생이 지지 운동에 가세하면서 지금 호주 사회는 후끈 달아올랐다.
▦ 그제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개막됐다. 그러나 기독교단체 등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이 시작 전 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찬송가를 부르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극렬히 반대해 행사는 첫날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이들은 “동성애 앞잡이 박원순을 처단하라” “동성애는 유전? No! 동성애는 선천적? No! 동성애는 치유불가능? No!” 라고 적힌 플래카드 등을 흔들며 행사를 허가한 시 당국을 강하게 성토했다.
▦ 아웃팅(Outing)은 성소수자의 성적 정체성을 본인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를 뜻한다. 아우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동성애가 벽장 속에 감춰야 할 부끄러움이 아니라 당당히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인권이 돼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웃팅은 동성애 단체에서도 아직 범죄로 인식된다. 아웃팅을 빌미로 한 협박, 갈취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웃팅이 범죄에 이용될 만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반이 여전히 척박하다는 얘기다.
▦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반동성애 단체는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있다. 그러나 폭력적으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서울시 인권헌장에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넣는 것이 종교단체 등의 폭력적 항의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성애가 비밀이 아닌 것처럼 동성애도 비밀이 아닌 세상이 퀴어가 꿈꾸는 세상이다. 대학로 신촌 이태원 등에서 열렸던 축제가 올해 처음 서울광장으로 나온 것도 진전이라면 진전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