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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작품 한국 무대서 통하네… 연극·뮤지컬 이달에만 4편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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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작품 한국 무대서 통하네… 연극·뮤지컬 이달에만 4편 올라

입력
2015.06.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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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두산아트센터 제공.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두산아트센터 제공.

“다쿠야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어…. 스즈키 가문의 수치야.”(연극 ‘허물’)

“제가 스즈키 타로인데요,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모리타에요. 모리타라고 합니다.”(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국내 연극계를 주도하는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가 현재 기획 공연 중인 작품의 주인공은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일본인이다.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선보이는 ‘허물’(쓰쿠다 노리히코 작·류주연 연출)은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가 하나씩 허물을 벗고 나이를 거슬러 젊어진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선보이는 ‘히키코모리…’(이와이 히데토 작ㆍ박근형 연출)는 1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던 주인공 모리타 도미오(최광일 분)가 히키코모리를 돕는 출장 상담원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다.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미타니 코키 작ㆍ정태영 연출), 20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선보일 뮤지컬 ‘데스노트’(이반 멘첼 작ㆍ쿠라야마 타미야 연출)까지 일본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공연은 이달 중에만 4개 작품이다.

연극 '허물'. 국립극단 제공
연극 '허물'. 국립극단 제공

일본 번역극이 국내 공연 시장에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올 1월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마에다 시로 작ㆍ김지호 연출)를 시작으로 2월 ‘의적 지로키치’(류잔지 쇼 작ㆍ연출), 4월 ‘코마치 후덴’(오타 쇼고 작ㆍ이윤택 연출), 연말 선보일 ‘해변의 카프카’(프랑크 갈라티 각색ㆍ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와 ‘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쓰치다 히데요 작ㆍ김광보 연출), 뮤지컬 ‘오케피’(미타니 코키 작)까지 합하면 올 한해 일본 원작 연극?뮤지컬은 줄잡아 10여개다.

‘히키코모리…’를 기획한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수석PD는 “예전 일본 희곡이 들어올 때는 ‘문화 교류’ 성격이 강해 고전을 들여오는 정도였다. 최근 일본 번역극은 실험성이 강한 것부터 상업적으로 검증된 작품까지 다양하고 작가군도 훨씬 젊어졌다”고 말했다. ‘허물’을 기획한 이수현 국립극단PD 역시 “이전 일본 번역극이 디테일하고 진지한 형식으로 일관했다면, 요즘은 스릴러부터 코미디까지 다양한 작품이 들어온다. 일본 드라마, 영화 영향으로 관객들이 일본식 유머 코드를 읽는 게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 경제불황을 겪은 세대가 작가군으로 성장해 사회성 짙은 공연을 선보인 점이 번역극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요안 PD는 “국내에서 경제불황,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최근에야 사회문제를 말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는데 일본은 이미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제시한 작품이 많다. 사회성 짙은 번역극이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상업 프로덕션의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3년 두산아트센터 인문극장의 개막작 ‘현위치’(오카다 도시키 작ㆍ연출)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을 모티프로 한 작품.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공연 내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 중인 ‘허물’과 ‘히키코모리’ 역시 실직 가장들을 내세워 일본의 장기불황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데, 객석 점유율은 각각 85%, 92%에 이른다. 정현주 국립극단 홍보담당자는 “메르스 여파에도 객석점유율이 점점 올라가 이번 주는 90%를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 소개된 일본 번역극 상당수가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단순히 수입하는 수준을 넘어 한일 공동제작까지 발전하고 있다. 10월 셰익스피어의 원작 ‘템페스트’를 각색해 한국과 일본의 불행했던 역사를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연극 ‘태풍기담’(성기웅 작·타다 준노스케 연출)을 일본 키라리시민문화회관과 공동 제작하는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PD는 “성기웅, 박근형, 김광보 등 일본 연극인과 친분이 깊은 연출가들의 활동이 부쩍 많아진 추세도 극장이나 기획사들이 일본 번역극 수입이나 공동제작을 검토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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