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kt 감독은 지난달 말 투수 앤디 시스코의 대체 용병으로 타자 댄 블랙을 영입하면서 "한 번 점수를 낸 후 점수가 안 나더라. 타선에 용병 2명이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 그래도 약한 투수력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으면서도 타선 보강이 급하다고 판단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지난 5일 한화전부터 선발 라인업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블랙과 기존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는 침체됐던 팀 타선을 대번에 바꿨다. 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동반 홈런을 가동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분위기가 살자 6회 하준호는 쐐기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조범현 감독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까지 입증된 셈이다. 10일 롯데전에서도 블랙은 연장 10회 결승 솔로포를 때려내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마르테 한 명만 뛰던 3일까지 경기당 3.52점을 뽑는 데 그쳤던 kt 타선은 블랙이 가세한 4일부터 10일까지 6경기에서는 경기당 6.17점으로 환골탈태했다.
한 팀에서 외국인타자 2명이 동시 출전하는 건 2009년 히어로즈의 브룸바-클락 이후 6년 만이다. 용병 도입 초창기엔 타자 2명을 영입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었으나 토종 타자들의 파워가 점차 향상되면서 국내 프로야구는 용병 투수쪽으로만 눈을 돌렸다. 2011년 한화 카림 가르시아를 마지막으로 전 구단은 모두 투수로만 외국인 엔트리를 채웠다.
그러다가 용병 보유 한도가 늘어난 지난해부터 각 구단은 의무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최소 1명씩은 영입해야 했다. 그래도 이번 kt를 제외하곤 타자 2명을 영입하는 구단은 없었다. 그만큼 외국인타자에 대한 각 구단의 기대치가 높지 않은 가운데 kt의 '고육책'은 신선한 파격으로 어느새 '최상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진=kt 댄 블랙.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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