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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장제스도 중국에선 관광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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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장제스도 중국에선 관광자원

입력
2015.06.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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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김일성 유적을 관광자원화 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거다. 남한 땅에 그의 유적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 해도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중국에서 대만 중화민국 총통 장제스(蔣介石)의 유적을 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관광지라는 것이 흔히 그렇듯, 그것도 어느 정도 과장과 미화가 곁들여진 형태로 말이다.

시커우 '장씨고거'마을 입구에서 장제스 부부 복장을 한 남녀가 관광객을 맞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시커우 '장씨고거'마을 입구에서 장제스 부부 복장을 한 남녀가 관광객을 맞고 있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장씨고거'마을의 한 상점 화덕에서 과자를 굽고 있다.
'장씨고거'마을의 한 상점 화덕에서 과자를 굽고 있다.
장제스 조상을 모신 사당은 단골 사진 촬영장소
장제스 조상을 모신 사당은 단골 사진 촬영장소
자전거 수레를 타면 '민국시대'로 되돌아간 느낌
자전거 수레를 타면 '민국시대'로 되돌아간 느낌

저장성 펑화(奉化)시 시커우(溪口)현은 600년 장씨의 역사가 서린 곳이다. 장제스도 1887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그의 생가와 조상을 모신 사당을 비롯한 고택이 국가유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건물인 무산묘는 시커우 다섯 종씨(任,宋,單,張,蔣)의 공동 종묘지만 분위기는 장제스 일가의 소유다. 양산을 받쳐든 부인 쑹메이링(宋美齡)과 장제스 복장을 흉내 낸 남녀가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관광객과 기념사진을 찍는 게 주요 업무다.

장씨 일가의 조상을 모신 사당은 마을 안쪽에 있다. 1930년 새로 개축한 건물은 지붕부터 화려하다. 두 마리의 황금 용이 삼신을 호위하는 용마루가 가문의 위세를 증명하는 듯하다. 장 총통 일가가 기거했던 풍호방은 넓고도 아늑하다. 쑹메이링이 직접 심었다는 금서목과 은서목이 마당 좌우에서 그늘을 만들어 안정감을 더한다. 49칸에 달하는 작은 방들은 가족사를 전시한 공간이다. 장제스 생가는 이곳에서 약 200m 떨어진 옥태염포(玉泰鹽鋪), 조부가 운영하던 큰 소금가게 2층이 그가 태어난 곳이다. 1948년 본인의 지시로 태어날 당시 모습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1km에 이르는 거리는 옛모습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범위에서 수많은 상점과 기념품 가게가 밀집해 있다. 시커우 관광안내책자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민국시기 사회를 탐구하는 아주 좋은 매개체이다.’ 자전거가 끄는 수레를 타고 둘러보면 당시 분위기를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거리에 비해 20위안은 좀 비싼 느낌이다. 일반차량과 오토바이도 통행을 하고 있어 안심하고 한가하게 거닐 수 없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돌아 나오는 길에 들른 문창각(文昌閣)에도 장제스의 유적이 남아있다. 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2층 방이 부부의 거실이었다. 공자를 모신 유교 사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방인의 눈에는 일종의 ‘디스’로 보인다. 유적 안내판마다 ‘장씨 유적을 하나도 훼손하지 말라’는 마오쩌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장제스의 부유한 유년시절과 화려한 삶 자체를 잘 보존하고 있는 ‘장씨고거 관광지구’ 전체가 어쩌면 중국 정부의 포용성을 강조하고 장제스를 깎아 내리려는 고도의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설두사 케이블카에서 본 천장암폭포
설두사 케이블카에서 본 천장암폭포
폭포상류 금경지
폭포상류 금경지

장제스 유적지는 설두산(雪山)관광지구와 연결돼 있다. 설두산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정상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경관을 볼 수 있게 코스를 꾸몄다. 관광지구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에 올라 약 30분간 걸으면서 폭포와 호수 등 자연이 그린 비경을 감상한다. 모노레일을 타고 계곡을 건넌 후에는 깎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지는 천장암(千丈岩) 폭포 아래에 닿는다. ‘천 길 낭떠러지’는 물리적 과장이지만, 바닥에 닿지도 못하고 이슬 되어 날리는 폭포수를 본다면 시적 표현으로는 이만한 것도 없겠다. 특히 이곳에서 다시 산봉우리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보는 폭포와 절벽의 모습이 장관이다.

세계 최대 설두사 미륵대불
세계 최대 설두사 미륵대불

천장암 폭포 상류 금경지(錦鏡池)는 물색이 예술이다. 잔잔한 초록 연못에 주위의 나무가 거울처럼 비친다. 짧은 구간 산책로를 돌아 나가면 의외로 아늑한 평지지형이 나타난다. 중국 불교의 5대 성지이자 미륵도량 설두사(雪寺)가 자리한 곳이다. 1700년 된 고찰이라고 자랑하지만 실제 건물은 최근에 복원한 것이라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건물 외관이나 규모로 보면 사찰이라기 보다는 궁궐이라 할 정도로 웅장하다. 이 정도면 90위안이나 내고 굳이 절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텐데, 사찰 주변 어디서나 눈길을 끄는 세계최대 미륵대불 때문에라도 꼭 들어가 보게 된다. 높이 57.74m, 500여 톤의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미륵불이 발 아래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전망대인 연꽃 좌대까지는 별도로 요금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부처님 발톱 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생의 눈에는 미륵대불의 미소에서 온화함보다는 탐욕이 먼저 보인다. 부처님 자비로 극락세계 가기는 다 글러 먹었다.

펑화(중국)=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여행메모]

▦신선거나 설두산 두 곳 모두 중국 내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다. 2~3년 전에 관광시설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잇츠투어(02-2613-7863)에 문의하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열대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추위는 없지만 신선거는 안개와 비가 많은 지역이다. 신선거 산행 중에는 생활방수 정도의 겉옷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설두산 인근에 숙소를 잡는다면 시커우 야시장은 한번쯤 둘러볼만하다. 넓은 공터에 포장마차가 가득하다. 양 꼬치 구이를 비롯해 갖가지 즉석요리로 시원하게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시간 제한도 없다. 손님이 끊어지는 시간이 문닫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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