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지 청약경쟁률 600대 1 육박… 모델하우스 주변은 교통지옥
전세→월세 늘면서 실수요자 관심… 프리미엄 등 차익 노린 투기세력도 여전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이 한여름 대구 폭염보다 뜨겁다. 1순위 자격 완화와 투기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공급과잉에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대구경북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한 동대구 반도 유보라 84㎡A형이 1순위에서 584.41대 1로 마감했다. 387가구(특별공급 176가구 제외) 모집에 10만6,020명이 청약해 평균 27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도시공사의 죽곡 청아람 5단지도 일반 공급 307가구에 9,320명이 청약해 평균 33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1순위 청약마감 됐다.
지난 5일 공개한 안심역 코오롱하늘채 모델하우스는 연일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분양관계자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분양실패를 우려했으나 7일까지 3일 동안 3만5,000명이 다녀갔다. 평일인 8일에도 모델하우스 주변은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인도에는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번호표를 받아 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고, 왕복 6~8차로의 대로에는 이중삼중 불법주차 차량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이 구간을 지나던 운전자들을 짜증나게 했다.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고, 폭등한 전셋값으로 인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의 증가,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청약 1순위 자격이 청약저축 가입 2년에서 올 들어 1년으로, 다시 6개월로 완화되면서 불을 당겼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심재개발 규제 완화와 정부의 부동산활성화정책, 경기활성화를 위한 기준금리의 지속적 인하 등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졌다”며 “청약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경쟁률이 치솟고, 동시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면서 로또판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과열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한 내수확대를 위해 또다시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 2년 후 입주가 본격화할 무렵 미국 금리인상으로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이사는 “전세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분양시장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며 “올해 대구 도심권의 공급 물량과 입주 물량 모두 1만 가구를 밑돌기 때문에 대구 분양시장의 호황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 주택가격 상승률은 3.8%로 달성군을 제외한 7개 구에서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국 10순위 안에 들었다. 수성구는 4개월 동안 6.08% 상승해 전국 131개 시군구 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2011년 이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대구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은 달서구 대곡2지구 서한이다음 854가구와 동구 괴전동 코오롱 하늘채 728가구 등 상반기에만 6,533가구로 연말까지 최대 1만 8,206가구에 이른다. 인허가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재건축단지를 빼더라도 최소 1만 가구 이상은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해 33개 단지, 2만 3,241가구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입주 물량이 1만408가구로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나 과열된 분양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진우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분양시장의 호조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지지난해부터 쏟아졌던 분양 물량이 올해부터 입주에 들어가면서 무리한 투자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입주자가 속출할 수 있어 무조건 낙관하기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강석기자 kimks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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