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선발 투수들은 등판 이틀 전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푼다. 5일 로테이션 스케줄에 따라 컨디션을 점검하고 가볍게 투구 감각을 끌어올리는 날이다. 가끔 예외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류현진(LA 다저스)으로 한화 시절부터 불펜피칭을 생략했다. 등판할 때마다 완투에 가까운 전력 투구를 했던 류현진은 회복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실력으로 우려의 시선을 잠재우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류제국과 우규민(이상 LG)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 잠실구장 LG 불펜이 텅 비어 있는 날은 이틀 후 류제국이나 우규민이 등판하는 날이다. 류제국은 "앞선 등판 때 좋았다면 그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불펜피칭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도 흔쾌히 동의했다. 우규민 역시 팔의 힘을 아끼기 위해 불펜투구는 건너 뛴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불펜피칭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류제국은 "더워지기 시작하면 불펜피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마운드의 기둥인 류제국과 우규민에 대한 보호의 일환이기도 하다. 벤치가 두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의 의미도 있다. 류제국은 지난달 23일 롯데전에서 3⅓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지난 두 차례 등판에서는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안정을 되찾았다. 우규민도 복귀 후 5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2.37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는 팀 성적이 9위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5위(4.80)로 버티고 있다. 반격의 키를 쥐고 있는 두 투수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
사진=LG 류제국(왼쪽)-우규민.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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