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폭발적 인기 힘입어
아이와 시간 중시하는 아빠 각광
중국에서 아이들에 대한 엄격한 훈육과 사교육을 강조하는 ‘호랑이 엄마’(타이거 맘) 대신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시하는 ‘고양이 아빠’(캣 대디)가 뜨고 있다.
한 때 중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호랑이 엄마식 교육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한 TV 드라마의 방영이 계기가 됐다. 지난달부터 둥팡(東方)위성TV와 톈진(天津)위성TV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호랑이 엄마, 고양이 아빠’(사진)는 무서운 엄마인 비성난(畢勝男ㆍ자오웨이 분)과 온화한 아빠인 뤄쑤(羅素ㆍ퉁다웨이 분)가 5살 딸의 교육 문제를 놓고 벌이는 갈등과 화해를 그리고 있다. 여성 사업가인 비성난은 처음에는 딸을 친할머니에게 맡겼으나 다른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수 많은 사교육을 받는 것을 알게 된 뒤 회사를 관두고 호랑이 엄마가 된다. 집도 학군이 좋은 곳으로 옮긴다. 그러나 아이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혹독한 과외를 버티지 못한 채 실어증에 걸리고 만다. 이 때 뤄쑤의 첫사랑이 외국에서 아동 교육 전문가가 된 뒤 귀국, 뤄쑤 딸의 치료를 돕는다. 비성난도 한 때 직장 동료였던 이혼남에 호감을 갖는다. 자녀 교육법을 둘러싸고 위기를 맞게 된 두 사람은 그러나 결국 딸의 행복한 유년을 위해선 호랑이 엄마보단 고양이 아빠가 더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 하고 가족애를 확인한다. 총 45부작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방송 22일 동안 인터넷에서만 35억회 시청을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이 드라마를 언급한 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바링허우(八零後)들은 막 기저귀를 뗀 아이에게 강제 주입식 사교육을 펴는 것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上海)시가 최근 사립 유치원과 초등학교 면접 시험 등을 대폭 줄이기로 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한가지다. 지난 7, 8일 치러진 올해 가오카오(高考ㆍ우리로 치면 수능)의 응시생이 945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과연 호랑이 엄마와 고양이 아빠 중 누가 옳은지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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