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외국인 선원 방치, 죽게 한 선장 구속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몸이 아픈 외국인 선원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선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과실치사 등)로 원양어선 선장 이모(67)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378톤급 원양어선 S호 선장인 이씨는 지난 3월 21일 부산 감천항에서 출발,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인근 해역에서 참치조업을 하던 중 필리핀인 선원 K(43)씨가 가슴 등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병원에 보내지 않고 한 달여 동안 방치하면서 구타와 체벌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K씨는 감천항을 떠난 지 사흘 만인 3월 24일쯤 이씨에게 “가슴 통증이 심하고 손발에 붓는 등 몸이 아프니 병원에 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씨는 K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고, “꾀병을 부린다”며 오히려 주먹을 휘두르고 갑판에서 파도와 비를 맞게 하는 등 K씨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씨는 한 달 뒤인 지난 4월 말쯤 심낭염으로 숨졌다. 숨지기 보름 전부터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증세가 악화됐던 것으로 해경 조사결과 밝혀졌다. K씨를 부검한 결과 심낭(심장을 싸고 있는 막)에 3,000㎖ 상당의 고름이 발견됐다.
이씨는 해경조사에서 K씨가 아프다는 사실을 몰랐고, 외국인 선원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이씨는 외국인 선원들에게 자신의 행위를 발설하는 사람은 강제로 하선시켜 귀국 시키겠다고 협박하며 말을 맞추도록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부산해경은 밝혔다. 이 어선에는 한국인 6명, 인도네시아 9명, 베트남 4명, 필리핀 6명 등 선원 25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외국인 선원의 인권을 유린하는 한국인 간부 선원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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