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며 세계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당시 조별리그 3전 전패를 기록하며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확인하는 데 의미를 둬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이 흐른 2015년, 태극 낭자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있다. 2003년의 실패를 계기로 ‘불모지’를 개척해 온 축구계 전반의 노력과 청소년대표팀이 일궈낸 성과 덕이다.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대회에서 10일(한국시간) 오전 브라질과의 1차전을 앞둔 여자대표팀의 ‘자신감 근거’ 5가지를 짚어봤다.
1. 피스퀸컵 개최 (2006)
지난 2006년, 한국에선 제1회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이하 ‘피스퀸컵’)가 열렸다. 제1회(우승 상금 20만 달러)는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미국, 캐나다, 브라질,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호주 초청)가 참가했다. 당시 브라질, 이탈리아, 캐나다와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은 조별리그 전패를 기록하며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외면 받던 여자 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렸고, 여자축구 대표팀에게도 소중한 경험의 무대가 됐다. 특히 대회 첫 경기였던 브라질전은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성인 대표팀 데뷔전이 됐다. 이 경기에서 지소연은 남녀 대표팀 통틀어 한국 축구 최연소 데뷔 기록(15세 8개월)을 썼다.
2. WK리그 출범 (2009)
2009년에는 세미 프로리그 형태인 ‘WK리그’가 출범하며 저변을 넓혀갔다. 경기력 유지를 위해 연중 대회의 필요성을 외쳐왔던 여자축구계는 반색했다. 고양 대교 캥거루스,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수원시시설관리공단(수원 FMC), 충남 일화 천마, 서울시청 아마조네스, 부산 상무 등 6개 팀으로 출범한 WK리그는 첫해 총 20라운드의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최종우승팀을 가렸다. 현재는 7개 팀(2011년 충북 스포츠토토, 전북 KSPO 창단, 2012년 충남 일화 해체)으로 운영되는 WK리그에는 캐나다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한 26명의 선수 중 지소연과 박은선(29·로시얀카)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소속돼있다.
3. U-20 월드컵 3위 (2010)
2010년은 한국 여자축구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해다. 20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은 그해 7월 독일에서 개최된 5회 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했다. 정성천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스위스와 가나를 꺾고 2승 1패로 8강 토너먼트에 진출 한 뒤 멕시코(3-1)를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에서 홈팀 독일에 1-5로 패했지만, 콜롬비아와의 3·4위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3위를 기록했다. 지소연은 총 8골을 기록하며 10골을 기록한 알렉산드라 포프(독일)에 이어 득점 2위를 기록했다. 지소연을 포함해 임선주, 김혜리, 강유미, 박희영 등 5명의 선수가 이번 캐나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선다.
4. U-17 월드컵 우승 (2010)
언니들의 기운을 이어받은 U-17 여자 청소년대표팀은 9월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개막한 2010 FIFA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한민국 남녀 축구 대표팀을 통틀어 최고 성적이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은 압권이었다. 여민지(22)를 앞세운 여자대표팀은 3-3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5-4 승리를 거두며 국민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U-20 대회 3위와 U-17 대회 우승을 거두며 ‘황금세대’를 구축한 청소년 대표 선수들은 성인 무대에 발을 들이며 여자월드컵을 향해 차곡차곡 발을 내디뎌왔다.
5.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4)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올해 예정된 여자월드컵을 향한 ‘실전 체제’에 들어섰다. 태국(5-0 승), 인도(10-0 승), 몰디브(13-0)와 펼친 조별예선을 통과한 여자대표팀은 대만과의 8강전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지만 북한에 1-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목표였던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베트남과의 3·4위전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까지 저력을 보였다. 북한 전 패배 외에는 흠 잡을 데 없는 대회였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최주호 인턴기자 (서강대 정치외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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