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입스(yips)'는 국소 근긴장이상증의 일종이다. 섬세한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데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골퍼들도 꽤 있다. 입스를 겪는 선수들은 퍼팅을 할 때 갑자기 손이나 팔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면서 샷을 망치곤 한다.
타이거 우즈(39)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우즈는 8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클럽(파72·7,39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날에서도 최악의 퍼팅감각을 보이며 최종합계 14오버파 302타를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5차례나 우승한 그는 졸지에 최하위 선수로 전락했다.
그는 한때 입스 의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히로 월드챔피언십에서부터 칩샷 상황에서 수차례 뒤땅을 치며 진땀을 뺐다. 그러나 올해 일부 대회에서는 안정적으로 칩샷을 해내 '칩샷 입스' 의혹을 조금은 떨쳐 낼 수 있었다.
일각에선 심리적 불안이나 스윙 변화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실제로 입스는 뇌신경 연결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우즈의 부진은 스윙 등 기술적인 문제이거나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다.
미국 골프채널 수석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우즈만의 훈련 방식이 되레 본인을 망가뜨렸다"면서 스윙패턴 변화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스윙의 대가' 닉 팔도는 "스윙보다는 심리적 문제로 보인다"며 향후 재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우즈는 '골프황제'에서 '주말골퍼'로 명예가 추락했다. 우즈는 생애 처음 대회 4라운드 종합 300타 이내를 치지 못했다. 종전 최다 타수는 2010년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셜의 298타였다.
3라운드에서의 성적(13오버파 85타)도 그의 기량이 정상궤도와 한참 떨어져 있음을 말해준다. 80대 타수는 이번이 통산 네 번째다. 78타 이상 스코어까지 합치면 총 13차례나 된다.
2013년부터 이러한 스코어가 부쩍 잦아졌다. 그때부터 올해까지 3년간 78타 이상 스코어를 낸 것은 무려 6차례에 이른다. 특히 80대 타수는 올해 두 차례나 나왔다. 1994년 네슬레인비테이셔널 1라운드(80타), 2002년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81타) 때와 올해 대회의 다른 점은 후반 라운드에서도 만회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즈는 부진하다가도 대회 막판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극적으로 우승한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초반 라운드에서 앞서 가던 선수들은 우즈의 추격에 항상 긴장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우즈는 특유의 뒷심을 잃어버렸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즈는 이번 대회 직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준비를 할 것을 다짐했다. PGA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서 그는 골프를 두고 "외로운 스포츠"라고 표현했다. 홀로 슬럼프를 이겨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US오픈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앞서 "여유가 있다. US오픈 우승을 위해 준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우즈의 발언과 달리 외신들은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우즈는 2009년 US오픈 이후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지 못했다. '전설' 잭 닉클라우스의 메이저 통산 최다 우승 기록(18회)까지는 4승을 남겨두고 있다.
사진= 타이거 우즈(공식 페이스북).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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