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추월, 신차도 잇달아 상륙
회사원 김모(29)씨는 생애 처음 구입하는 자동차로 국산 대신 폭스바겐 골프 1.4 TSI를 선택했다. 국산 준중형차보다 1,000만원 가량 비싸지만 수입차 프리미엄에 디젤 모델의 고연비까지 고려하면 감내할 만 한 수준이다. 김씨는 “중고를 사더라도 첫 차로 수입차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중형, 대형에서 강세를 보이던 수입차들이 2,000㏄ 미만 소형과 준중형까지 넓혀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이 겨냥하는 것은 입문자들, 그 중에서도 20, 30대 젊은층을 위한 ‘엔트리’(entry)급 시장이다.
8일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5월 2,000㏄ 미만 수입차 판매량은 5만2,3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1,946대보다 24.7% 증가했다. 오히려 2,000~3,000㏄급(3만4,210대)보다 1만8,000대 이상 많이 팔리며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54.7%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입차의 약진은 예전보다 많이 내려간 가격과 ‘외제차는 국산차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프리미엄 이미지 덕분이다.
지난달 판매 순위에서도 BMW 320d가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폭스바겐 골프 1.4 TSI와 제타 2.0 TDI 등 3,000만~4,000만원대 차량들이 5위 안에 포진했다. 할인행사를 통해 2,0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는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젊은층이 수입차를 구입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수입차 업체들은 새로운 소형차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날 BMW가 출시한 뉴 118d는 새롭게 디자인한 헤드램프와 LED 주간주행등이 기본 탑재됐고, 유로6 디젤엔진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강력한 신형 엔진이 장착된 고연비(복합연비 1ℓ당 17.4㎞) 모델이다. BMW는 뉴 118d보다 고성능 모델인 뉴 120d도 올해 안에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아우디도 18일 1.6 TDI 디젤 엔진에 7단 S트로닉 자동변속기를 얹은 뉴 A1을 내놓고 소형차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는 메르세데스-벤츠도 곧 엔트리급에서 경쟁을 벌일 태세다. 벤츠자동차그룹의 올레 칼레니우스 마케팅 세일즈 총괄은 최근 “프리미엄 엔트리급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입지를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20대가 구입한 수입차는 9,304대로, 2013년(7,790대) 보다 19.4% 증가했다. 법인 판매량(40.2%)을 제외한 수입차 개인구매자 중 20, 30대의 점유율이 27.4%를 차지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무이자할부, 할인 등 가격 프로모션을 앞세워 수입차를 선호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준중형 이하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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